기업은 제안 철회 등 대응 고심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 기업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낙태나 총기 규제, 기후변화 등 사회적 현안들에 대한 주주제안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주총에서 다뤄지는 안건은 배당 확대나 이사진 교체 등 해당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내용이 대다수이지만, 최근에는 정치적인 주장이 담긴 안건들이 상정되는 경우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의결권 자문기관 ISS에 따르면 이번 달까지 열리는 미국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회적 현안이나 환경문제와 관련된 주주제안이 74건 제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3건에서 80% 가까이 급증한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주제안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한 뒤 주주제안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전략을 취한 사회단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신용카드 업체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선 낙태가 불법화된 주(州)에서 낙태 용의자를 수사하는 법집행기관에 대한 회사의 협력을 제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이 제출됐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수사기관에 협력하는 것은 법률상 의무라면서 주주제안에 반대입장을 밝혔고, 결국 투표에서 부결됐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낙태 관련 주주제안이 부결됐지만, 다음 달로 예정된 정기 주총에도 비슷한 내용의 주주제안이 재차 제출됐다.
WSJ은 이 같은 주주제안이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선 부결된 주주제안이라고 하더라도 상당수 주주의 지지를 받았다면 향후 기업 운영 방침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정치적이거나 사회 현안에 대한 주주제안이 제출될 경우 제안을 철회하도록 해당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 이어지는 한 사회적 현안과 관련된 주주제안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