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과반 이상 "시찰단 결과 발표 신뢰할 수 없어"
日 오염수 시찰단 발표 앞두고 정치권 긴장 고조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과학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으면 오염수를 방류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론이 심상치 않다.
특히 2년 전 일본이 오염수 방 결정을 내렸을 때 격렬히 반대하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침묵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세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논란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관련 의혹까지 겹악재를 맞았던 만큼,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 시찰단 "이른 시일 내 결과 발표"…국빈 절반 이상 '신뢰 못 해'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시찰단은 5박 6일간의 공식 일정을 끝내고 이날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그동안 핵종별 전처리 과정과 실험실의 운영 상태, 분석원의 역량 등을 살폈다. 방사선 감지 경보가 울리면 작동하는 긴급 차단 밸브가 제대로 기능하는지도 확인했다.
전날에는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도쿄전력,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과 최종 기술 회의를 갖기도 했다. 시찰단은 이상 상황 발생 시 전원 공급 중단 등의 대책을 점검했다. 오염수 방류 설비와 관련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진행 중인 검사와 심사 자료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시찰단은 오염수 시찰과 관련한 사항을 귀국 후 이른 시일 내 정리해서 설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국민 여론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이달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38명에게 '시찰단의 발표를 어느 정도 신뢰할 것이냐'고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응답자의 61.7%는 '신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34.1%에 불과했다. '잘 모름'은 4.1%였다.
아울러 '일본이 오염수를 방할 경우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냐'는 질문에는 64.2%가 '그렇다'고 답했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답은 26.2%였다. '늘리겠다'고 답한 비율은 4.8%였다.
다른 기관에서 조사한 국민 여론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리서치뷰가 환경운동연합 의뢰로 이달 19~2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오염수 방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85.4%로 집계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10.8%였다. 또한 '오염수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신뢰하느냐'는 문항에는 응답자의 79.0%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17.0%였다.
◇ '여론전'에 불 당긴 민주당, 장외집회에 국회 검증도 추진
오염수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자 민주당은 여론전에 방아쇠를 당겼다.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재개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꺼내든 데 이어 장외 집회까지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애초 시찰단이 검증 의지는 없었다"면서 "일본의 방패막이로서 오로지 '들러리'를 서주겠다는 의지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죄부 시찰단' 파견으로 방사능 수산물 수입 재개 압박이라는 혹을 달게 됐다"면서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도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엄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와 더불어 잠정 조치 청구를 당장 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최종 판단을 할 때까지 일본이 방할 수 없다"고 촉구했다.
장외전에도 돌입했다.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및 수산물 수입 반대 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을 열었다. 민주당은 권역별로도 발대식을 잇따라 열고, 온·오프라인 서명도 받기로 했다.
아울러 오염수 방 반대 및 국회 검증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비롯해 시찰단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를 여는 등 국회 차원의 대응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별 시찰단 보고서 검증, 긴급 현안 질문을 위한 본회의 개최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당 차원의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저지 종합 대책단'을 꾸리기도 했다. 기존 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와 당 사무처는 대책단으로 뭉쳐 대정부 규탄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염수와 관련해 원내외 투쟁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野, 과학적 논거 없이 괴담 만들지 말라"
국민의힘은 오염수와 관련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는 민주당을 과거 '광우병 선동'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돈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발 코인 논란' 등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에 대해 출국하기 전부터 관광단이니 견학단이니 유람단이니 하면서 평가하더니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재를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당으로서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식의 무책임한 비난만 퍼붓고 있다"면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파동에는 확인되지 않은 걸 진실인 양 부풀리고 있다고 항변하면서 뒤돌아서는 과학적 논거도 없이 괴담을 만들어 낸 행태를 보여서 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가 꼭 가야 할 곳을 선정했고, (시찰단은) 회의하면서 그 외에 더 볼 것까지 아주 꼼꼼히 챙겼다"면서 "체크리스트대로 일정을 소화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성 위원장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외 시찰단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시찰에 집중하기 위해 안 했던 건데, 끝나고 돌아오면 검토해서 공개하는 것도 적절하다고 본다"며 "(시찰단 보고서가) 결론낸 뒤에도 궁금해한다면 공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이같은 반응을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년 전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을 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및 원전 오염수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촉구 결의안’을 발표했다.
해당 결의안에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조태용·강대식·김석기·김성원·김태호·박대수·박진·이태규·전봉민·정진석·정찬민·지성호·최형두·태영호·한무경 의원 등 모두 16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이들은 당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매일 140톤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으며, 포화 시점인 2022년에는 약 137만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누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약 137만톤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버려지게 된다”고 비판했다.
◇ 대통령실 "국민 안전이 우선…안전성 검증 없인 방류 안 돼"
대통령실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을 경우 오염수를 방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주력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염수 시찰단과 관련해 "우리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조사한 결과가 국민들에게 잘 설명되는지 그 과정을 한번 면밀히 볼 것"이라면서 "그 이후 정부나 대통령실에서 추가로 조치할 것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수입 재개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수입 재개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면서 "논의할 단계도 아니며, 논의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오염수와 관련한 잘못된 정보에 대해 해명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검증 결과가 부적절할 경우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수석은 "3중 수소는 인체에 들어가면 일주일, 열흘이면 배출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에 있는 3중 수소의 양은 우리나라 원전에서 나오는 3중 수소의 양보다 작다"고 말했다. 또한 "3중 수소가 세슘보다 2배 이상 위험하다는 그런 표현들은 과학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가짜뉴스"라면서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건 국민의 건강에 대한 과도한 걱정을 유발해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우리 정부는 국민 건강을 다른 것하고 바꿀 수 없다"면서 "우리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IAEA 시찰단에 포함돼 있다"며 "시료는 이미 세 차례나 걸쳐서 분석을 하고 있다. 조만간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안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