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달 맞아 위기가정 아동 20여명 지원
한달간 총 2억3000억원 모여, 자발적 기부문화 확산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때 갑자기 열이 나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당시 병원에서 여섯번의 수술과 서른네번의 항암치료를 받았고요. 벼랑 끝에 서 있을 때 힘내라는 응원을 받았습니다.
한 여성의 목소리가 넓은 강당에 울려퍼졌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설 때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 오기 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어떻게 볼까. 하지만 지금은 '바보같은 생각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31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진행된 '2023 나눔의 날' 행사장. 한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그녀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연신 반복했다. "아이에게서 암이 재발했을 때는 앞이 깜깜했습니다. 세상이 원망스러웠어요."
그녀는 삼성의 '나눔키오스크' 기부를 통해 아이의 병원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소중한 마음이 저를 일어서게 했습니다."
나눔키오스크는 삼성 임직원들이 사업장에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일상의 기부'를 하기 위해 마련된 시스템이다. 마련된 금액은 희귀병이나 중증장애를 가진 아동 등을 위해 쓰인다. 출근 시나 점심시간 등 어느 때나 키오스크에 사원증을 갖다 대면 "삐" 소리와 함께 일정 금액이 자동 기부된다.
"암 재발 후 아이는 세 차례 수술을 더 받았습니다. 지금은 중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만 보면 마음이 저려옵니다. 아이가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나눔키오스크는 201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사원협의회 임직원들의 제안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됐다.
나눔키오스크를 통한 연간 기부 참여자는 2015년 연간 5000여명에서 지난해 연간 3만8000여명으로 7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에 1000번 이상 기부에 참여한 임직원만 13명이었다.
지난 8년간 국내 나눔키오스크를 통해 모금된 26억4000만원의 기부금은 도움이 필요한 아동 580명에게 전달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사업장에 설치된 35대의 나눔키오스크와 캠페인 기간 중 특별 개설된 '온라인 나눔키오스크'를 통해 기금을 마련했다.
월 평균 모금액(8500만원)을 훨씬 뛰어넘는 총 2억3000억원 이상이 모였다. 5월 한달간 모은 금액은 긴급 지원이 필요한 아동 20여명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5월 한달간 목표는 1억원을 모으는 것이었다.
5월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총 35대의 나눔키오스크와 캠페인 기간 중 특별 개설되는 '온라인 나눔키오스크'를 통해 위기가정 아동 20명을 집중 후원한다. 이달에만 총 2만여명의 삼성 임직원이 나눔키오스크를 통해 기부했다. 이 중 한달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나눔키오스크 모금을 한 임직원은 5400여명이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사장은 "삼성 나눔키오스크와 같은 '일상의 기부' 문화가 삼성을 넘어서 우리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후원을 받은 아동들의 감사 편지도 공개했다.
"저희 언니와 저는 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후원금이 없었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입니다."
"손녀의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데, 큰 병원에 가야해서 못 가고 있었습니다. (삼성 임직원의 도움으로) 이번에 병원을 다녀올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고 예쁜 옷과 먹고 싶은 음식도 사 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등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나눔키오스크 기부와 같은 '일상의 기부 문화'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는 격려와 제언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삼성전자의 나눔키오스크를 통한 기부 활동이 사회공헌 활동의 모범 사례가 되어 다른 기업들에게도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나눔의 달'을 지정하고, 캠페인을 추진하며 나눔 문화에 앞장서는 것은 사회적 역할 수행의 훌륭한 모범"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