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지속 가운데 공격적 투자로 승부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SK온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금과 인력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영실적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려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 동력을 키우고 반전을 꾀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SK온은 연구개발, 엔지니어, 경영지원 등 3개 부문 26개 직무에 대한 신입사원 수시 채용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한지 6개월여 만이다.
SK온 구성원 수는 2021년 말 약 1500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3000명 수준까지 늘었다. 신입사원 채용은 2021년 10월 창립 이후 지난해에만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올해에도 이번 수시 채용과 함께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검토 중이다.
이와 별개로 SK온은 다음달 4일까지 ‘R&D(연구개발) 박사 산학장학생’ 선발을 위한 전형도 진행 중이다. 선행·소재개발, 선행공정개발, 셀개발, 시스템개발, 차세대배터리개발 등 5개 부문 21개 연구 분야다.
이는 글로벌 생산기지를 다수 운영하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배터리 산업 특성에 따라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력 규모를 충족하고 기술력 제고를 위한 전문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SK온은 올해 1분기 생산공장 신·증설에 전년 동기 대비 12.3배 늘어난 2조1586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기존 포드와의 합작에 이어 현대차그룹과도 북미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생산능력 확충과 고객사 확대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실제 SK온은 최근 5년간 매출 규모가 매년 2배씩 늘고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5위에 오르는 등 등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3조3053억의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누적 수주액은 290조원에 달한다.
다만 아직 흑자전환은 확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격적 투자에 따라 지난해 영업손실 991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적자폭이 3081억원 늘었고 올해 1분기도 전분기 대비 적자폭이 소폭 확대된 34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온의 수익성은 제품 판매량 증가와 공장 수율 향상에 따라 개선되는 추세지만 국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가 지난해 각각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데 비하면 갈 길이 멀다.
당초 SK온은 흑자전환 목표 시점을 2020년으로 잡았지만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이를 2년가량 미뤘다. 특히 최근 CATL, BYD 등 중국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여유를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력과 시설 투자를 이어가기 위한 자금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4일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SK온 투자유치를 위한 주주 간 계약 체결의 건을 승인하면서 MBK컨소시엄으로부터 최대 8억달러(약 1조5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더해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을 통해 투자를 논의해온 사우디국립은행(SNB) 자회사 SNB캐피탈로부터도 최대 1억4400만달러(약 1900억원)를 투자받기로 했다. 이로써 SK온은 총 9억4400만달러(약 1조2400억원)의 추가 투자금액을 확보했다.
SK온은 올해 3월까지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을 통해 투자금 1조2000억원을 조달했으며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을 투자 받아 총 3조2000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1조2400억원 한도의 추가 조달까지 최대 4조440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이는 당초 목표로 설정한 투자조달 규모 4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현재 한국,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K온은 지난해 기준 88GWh인 연간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220GWh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R&D 인프라 강화를 위한 국내 투자로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총 4700억원을 투입해 연구원 시설을 확장하고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와 글로벌 품질관리센터(G-VC)를 신설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최근 회사 구성원들과의 미팅에서 “SK온은 배터리 산업에서도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기업”이라며 “독립법인 초기라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이를 잘 극복하면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