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사노위 둘러싸고 대립각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한국노총이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결정한 가운데, 국민의힘 일각에서 경사노위를 재편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노정 관계를 회복하기보다 새로운 노동계 대화 상대를 찾아보자는 의견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측은 “구미에 맞는 논의만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노정 관계 악화로 경사노위가 제 기능을 못하면, 입법부가 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새로운 대화채널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일각서 “경사노위 재편…MZ노조‧비정규직도 있지 않나”
민주당 원내대변인 “구미 맞는 논의만 할 것…경사노위 취지 안맞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결정과 관련해 “당내에서 이번에 경사노위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일하게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한국노총이 대화 거부 의사를 밝히자, 노동계 대화 상대로 다른 조직을 찾자는 의견이다.
하 의원은 “비중 조절을 하는 것이다. 지금 노동판에는 한노총(한국노총)만 (경사노위에) 들어가 있지만 사실 노동이 다양화되고 있지 않나”라며 “MZ노조도 있고 비정규직도 있다. 전체 노동자들의 수적인 대표성을 정확히 반영해서 새롭게 구성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민노총, 한노총을 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독점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잘 된 것 같다. 이 판에 경사노위를 재편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측에선 “경사노위 기본 취지에 안 맞다”는 비판 의견을 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경사노위 재편’ 의견에 대해 “(정부‧경영계) 구미에 맞는 논의만 하게 되고 대표성이 없을 것 같다”며 “전반적인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게 기본적인 구조인데 새 판을 짜면 그건 더 이상 경사노위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경사노위 제 기능 못하면 새 협의채널 구축”
“행정부가 못하면 입법부가 나서서 하겠다는 것”
민주당은 정부가 노동계를 대화 상대로 존중하지 않아 경사노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새로운 노사정 협의 채널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노동계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며, “만약 경사노위가 끝내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협의채널을 만들도록 민주당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국회 내에 기구를 만들겠다는 취지”라며 “행정부가 못하면 입법부가 나서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노동계와의 접촉을 늘리며 노동계와의 연대 강화 의지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이재명 대표를 주재로 양대 노총 청년노동자와 노동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노동탄압이라는 것이 우리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은 노동자나 어려운 여러 사람들과 연대해 나가는 게 기본적인 가치”라며 “(정부의 노동탄압) 그런 문제에 관해서는 같이 연대하고 (연대투쟁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의 연대투쟁 가능성도 시사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국노총의 운동 방향과 투쟁에 동의하고 이런 부분들을 같이 할 수 있다고 그러면, 민주노총뿐 아니라 그 어떤 세력과도 연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7일) 한국노총은 긴급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사노위 대화에 전면 불참하기로 결의했다. 경사노위를 탈퇴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등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간부가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부상당한 사태에 따른 결정이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사실상 유일한 노동계 대표였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으로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공식적인 대화 창구는 사실상 닫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