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그간 ‘제 살 깎아먹기식’ 저가 수주가 만연했던 국내 조선업계에 ‘양보단 질’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분위기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조선업계의 글로벌 수주량은 중국에 밀렸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의하면 한국의 3월 수주량은 80만CGT(15척), 4월 38만CGT(13척), 5월 51만CGT(17척)이다. 매달 중국에 1위를 내줬다. 중국은 3월 95만CGT(43척·39%), 4월 141만CGT(62척), 5월 141만CGT(52척·68%)를 각각 수주했다.

매달 2위에 그친 한국 조선업계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긍정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리한 저가 수주 대신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질적 개선이 이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같은 선박을 건조하더라도 기술력이 한국에 비해 뒤처지는 탓에 선가가 낮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국시장에서 대량 발주하며 물량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중국이 저가 수주로 도크를 채운다면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수익성이 높은 선박으로 도크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 국내 조선업계의 생각이다.

실제 LNG 운반선 시장에서 한국 조선사들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1452만CGT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전체 발주량의 70%(1012만CGT)를 쓸어 담았다.

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은 한국에 더욱 유리한 정황이다. 5월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70.1로 전년 동월 대비 10.03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에서 저가 수주를 앞세워 출혈경쟁 분위기를 주도했던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인수돼 조선 3사 모두 민간 체제에 접어든 점도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한 선별 수주에 주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일조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수주 1위를 독주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수익성이 낮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여력도 없던 치킨게임 식의 저가 수주가 지속적으로 사라지면 선별 수주를 바탕으로 한 한국이 자연스럽게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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