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15일 서울 마포구 소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스타트업 투자 성과를 공유하는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HMG Open Innovation Tech Day)’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특히 스타트업들의 장기적인 스케일 향상을 위한 기술 특허, 재산권 보호 등에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규승 현대차·기아 제로원팀 팀장은 “(기술유출 등에 대해서는) 특히 조심하고 있고, 어떻게 (그룹사와 스타트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다. 별도 프로그램이라기보단 여러가지 형태로 지원하고 있으며, 내부 프로세스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며 “예를 들어 사업상 벤치마킹을 목표로 정보를 듣기 위해 요구를 할 때 스크리닝하는 프로세스가 있고, 전체 프로세스를 공유할 수는 없지만 이슈가 없게끔 법적 검토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윤성 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는 “글로벌 무대에서는 투자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FI(파이낸셜 인베스트먼트)나 실리콘 밸리의 거대 ICT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이 때 현대차그룹의 강점은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상품으로 사업을 연결시켜줄 수 있다는 점과 신뢰 관계를 꼽을 수 있다. 오랜 기간 한 번도 유사 사고가 있던 적이 없기 때문에 이에 기반한 사업적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대차그룹에서 분사(스핀오프)한 모빈의 최진 대표는 “모빈이 추진하는 배달 로봇의 경우 사내 사업화도 가능했겠지만, 현대차그룹에서 잘 인큐베이팅해서 분사까지 많은 도움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스타트업 육성 및 지원에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황윤성 상무는 “저희가 지향하는 바가 전략적 투자다. 지금까지 투자금을 보면 현대차그룹의 규모로 봐서는 크진 않다”며 “앞으로도 예산을 정해놓고 투자하기 보다는 꼭 투자가 필요한 기업이거나 센싱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투자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관심 투자 분야로 SDV(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인공지능, 양자 등을 꼽았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텍스트를 이미지화하는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비즈컴 AI, 카이스트 연구팀이 창업한 퀀텀 컴퓨팅 스타트업 큐노바 등에 투자한 바 있다.
노규승 팀장은 “현대차그룹이 갖고 있는 리소스가 부족한 부분들도 많기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저변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며 “이런 다양한 부분에 투자하고 있고 당장의 협업보다는 중장기적 협업을 진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성환 현대차·기아 CorpDev팀 팀장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도 많이 하고 있지만 레이터 스테이지에도 많이 투자를 하고 있다”며 “5년 전엔 가능성을 의심했던 회사들이 실현이 되듯, 자율주행이 시작되면 차의 형태가 바뀔 수 있다. 새로운 것들을 초기 단계에서 접목하기도 하면서, 여러 팀 안에서 초기, 중기, 레이터 스테이지까지 다양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스타트업 지원 ‘제로원 프로젝트’가 수도권에 집중돼있다는 지적과 관련 노 팀장은 “큐노바의 경우 카이스트가 있는 대전이나 세종 쪽에도 많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제로원 프로그램 자체도 결국 다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글로벌 스타트업까지 포함하는 프로그램(이라 지역적 제한이 없다”며 해양 폐기물은 경남, AI나 퀀텀 컴퓨팅은 대전 세종 등 지역별로 강점이 있는 분야는 해당 지역을 직접 방문하며 적극 발굴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기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를 비롯해 전동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영역을 망라한다.
분야별로는 모빌리티가 7537억원으로 가장 많고, 전동화 2818억원, 커넥티비티 1262억원, 인공지능 600억원, 자율주행 540억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