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와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1·4번 계약…6조 5000억원 규모
국내 기업 사우디 수주 최대 프로젝트…K-건설 위상 부활 ‘신호탄’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현대건설이 약 50년 만에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중동 신화’를 재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역대 최대 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제2의 ‘중동 붐’ 조성에 시동을 건 것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사우디 다란(Dhahran)에 위치한 아람코 본사에서 50억 달러 규모(한화 약 6조 5000억원)의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 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 현대건설,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4’ 턴키방식 수주
아미랄(Amiral)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Aramco)가 발주한 사우디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이다. 사우디 유전의 중심지인 담맘으로부터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주베일에 위치하며, 기존 사토프 SATORP(Saudi Aramco Total Refining and Petrochemical Company), 사우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합작법인 정유공장과 통합 조성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등급의 저부가가치 원료를 활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와 최첨단 폴리에틸렌 생산설비, 부타디엔 추출설비, 기타 기반시설 등의 건설을 포함한다.
사토프 정유공장에서 배출되는 나프타, 폐가스 뿐만 아니라 아람코가 공급하는 에탄, 천연 가솔린 등을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전환하며, 이를 통해 주베일 산업단지의 석유화학 및 특수화학공장에 원료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 초대형 프로젝트 중 패키지 1과 4의 공사를 수행한다. 패키지 1은 아미랄 프로젝트의 핵심인 MFC(Mixed Feed Cracker, 혼합 크래커)를 건설하는 공사로, 공정 부산물을 활용해 ‘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65만톤 생산하는 설비다. 패키지 4는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주요 인프라 외 기반설비, 탱크, 출하설비 등을 포함한 시설(Utility & Offsite) 건설공사다.
현대건설은 이번 프로젝트를 설계·구매·건설 등 공사의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Turn Key) 방식으로 수주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설계·구매·건설 등 공사의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Turn Key) 방식으로 수주했다”면서 “이는 현대건설의 세계적인 기술력과 설계·조달·시공(EPC)의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로서 우수한 품질이 곧 최고의 경쟁력이자 마케팅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 1975년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성공적 준공…사우디서 170개 프로젝트 수행
현대건설은 창업주 정주영 회장 시절인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20세기 최대의 역사’라 불리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1970년대 중동건설 붐을 절정으로 이끈 바 있다.
9억 6000만 달러에 달하는 해당사업의 계약 총액은 당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25%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현대건설은 육상과 해상에 걸쳐 모든 공종이 종합된 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사우디 정부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 기술력과 역량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해외건설 진출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에도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반세기 동안 총 170여 건, 약 232억 달러 규모의 공사(※2023년 6월 해외건설협회 집계 실적 기준)를 안정적으로 수행해 왔다. 1억 992만달러 규모의 ‘하일-알 주프 380㎸ 송전선’을 포함한 50여 개 송변전 공사를 비롯해 항만, 담수시설, 고속도로, 내무성 청사 등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사우디의 주요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현대건설은 발주처인 아람코와도 끈끈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1979년 아람코가 발주한 얀부 천연액화공장 해상 정박장 공사를 시작으로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8억 달러, 2009년 준공), 카란 가스처리시설(14억 달러, 2012년 준공), 우쓰마니아 에탄회수처리시설(8억 달러, 2019년 준공) 등을 수행했다.
현재는 마잔 오일처리시설 및 가스처리공장 부대시설공사(28억 달러, 2024년 준공 예정), 자푸라 유틸리티 및 부대시설 공사(16억 달러, 2025년 준공 예정)를 비롯해 울산에 국내 석유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설비를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2026년 준공 예정)를 수행하며 아람코와 상호 협력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7월, 아람코의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 나맷(Nammat) 프로그램을 통해 아람코의 건설 EPC부문 독점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정식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세계 유수의 건설사 중 현대건설을 포함한 소수의 기업만이 이 지위를 확보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람코가 발주하는 석유화학 관련 신사업에 대한 수의계약 및 입찰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등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사우디 현지 협력사 RTCC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아람코 사업을 추가로 확보·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원팀코리아' 첫 성과…국토부 “후속 수주 지원"
한편 이번 수주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원팀코리아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사우디를 방문해 활발한 수주 지원활동을 펼친 이후 최대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제2의 중동붐을 조성하기 위해 '원팀코리아'를 구성, 사우디에 두 차례 수주 지원을 했다. 원희룡 장관도 지난 3월 서울에서 아람코 CEO를 만나는 등 고위급 외교를 통해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원 장관은 24일 열린 계약 서명식에 참석해 “이번 수주를 통해 우리 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며 “향후에도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후속 수주를 위해 원팀코리아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현대건설은 사우디 정부 및 발주처의 신뢰를 기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 차원의 경제 외교를 통해 양국 간 협력 기반이 더욱 확대된 만큼, 아미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사우디 지역에서 K건설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