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5% 할인 VS 에피스 85% 할인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연간 27조원에 달하는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 미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이달 나란히 제품 출시를 마쳤다. 두 회사 모두 ‘고농도’를 내세워 경쟁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세부 전략에는 다소 차이가 감지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를 출시하고, 현지 마케팅 및 영업 활동을 개시했다.
셀트리온도 삼성바이오에피스 출시일 하루 뒤인 지난 2일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를 미국에 출시했다.
휴미라는 지난해 약 212억3700만 달러(약 27조44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특히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서만 글로벌 매출의 87% 이상인 약 186억1900만 달러(약 24조2047억원)의 매출을 나타냈다.
휴미라 시밀러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외에도 암젠, 베링거인겔하임, 산도즈, 화이자, 바이오콘, 코헤러스, 알보텍, 프레제니우스카비 등 글로벌 제약사 8곳이나 된다.
경쟁 기업이 많은 만큼,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모두 고농도 제형으로 승부에 나선다.
고농도 제품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확정한 곳은 현재까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산도즈 등 3곳 뿐이다.
고농도 제형은 저농도 제품 대비 약물 투여량을 절반으로 줄여, 여러 번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이에 미국 내 처방 휴미라 중 고농도 제형이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 경쟁력과 관련해선 이처럼 양사가 같은 방향이지만, 현지 판매와 관련해선 양사가 다른 전략을 택했다.
대표적인 차이가 가격 정책이다.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의 도매가격(WAC 가격)을 오리지널보다 5% 할인된 6576.5달러(2회 투여분 기준)로 책정했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는 2회 투여분 기준 WAC가격이 오리지널 대비 85% 할인된 1038달러다.
두 회사의 가격정책이 이처럼 갈리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회사 모두 처방약급여관리업체(이하 PBM)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사보험 체제가 정착돼있어 PBM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PBM은 미국 의약품 유통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민간 기업을 말한다. 제약사와 약가 및 리베이트 수준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약국에서 실제로 처방 가능한 약제 목록을 관리한다.
PBM 의약품 목록 등재 여부는 사실상 매출과 직결된다.
셀트리온은 가격을 높여 PBM에 리베이트를 충분히 제공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리베이트는 의약품 정가의 일정 비율로 책정되고 있다. 아무래도 리베이트가 많으면, PBM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PBM에게 지불되는 리베이트는 의약품 정가의 일정 비율로 책정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유지할수록 PBM들에 더 많은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PBM들이 오로지 리베이트 요소만을 가지고 의약품목록을 등재하는 것은 아니다. 리베이트를 많이 주는 업체 선정과 함께, 저가 정책을 펼치는 업체를 함께 선정할 가능성도 있다.
PBM은 병원이랑 당국의 선호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아무래도 가격이 낮은 곳을 선호한다. 미국 정부도 최근 들어 PBM의 리베이트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PBM마다 보통 3~4개를 선정하는데, 모두 리베이트를 많이 주는 곳을 선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PBM 중에는 높은 WAC 가격을 선호하는 곳이 있고, 낮은 WAC 가격을 선호하는 곳도 있다. 전략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판매 방식도 차이가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반적인 파트너사 선정(오가논) 방식을 택한 반면,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직접판매 방식을 택했다.
직판 체계와 파트너사를 통한 판매는 장단점이 있다.
직판 체계는 주도적인 비용 집행으로 인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직접 영업망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현지 운영도 쉬운 것은 아니다.
이외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고농도와 저농도제품을 함께 출시한 반면, 셀트리온은 고농도 제품만 내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고농도와 저농도를 전부 출시한 유일한 기업이다.
이는 전체 휴미라바이오시밀러 시장을 폭넓게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두 회사 모두 미국 시장 공략에 대한 기대감은 큰 상황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토마스 누스비켈(Thomas Nusbickel) 미국 법인 최고상업책임자(CCO)는 “램시마를 비롯한 다양한 의약품을 글로벌 전역에 성공적으로 출시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도 현지 법인의 커머셜 역량을 적극 활용해 유플라이마 처방 확대를 이끌 것”이라며 “치료 효능이 뛰어난 당사 바이오 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4년 동안 엄격한 품질 관리 및 공급망 관리를 통해 미국 외 시장에서 약 680만개의 하드리마를 공급했다”며 “하드리마가 미국에서 자가면역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