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인천공항서 철수...위기 아닌 기회로 만들기
글로벌 영토 확장 및 온라인 면세점 강화 등 돌파 전략
여행객 위한 간편결제·모바일 여권 등 디지털전환 가속

김주남 대표이사. 사진= 롯데면세점 제공

[데일리한국 김보라 기자] 롯데면세점이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롯데면세점은 22년 만에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 철수하게 됐다. 김포국제공항 시절부터 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한 경우는 전무하다. 엔데믹 첫 해인 올해 높은 실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김 대표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이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온라인 집중·해외 사업 강화를 주요 카드로 꺼내들었다. 고정비로 지출됐던 인천공항 임대료를 국내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 프로모션 등으로 활용해 고객을 유치하고, 해외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내실경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 '면세 전문가' 구원투수로 등판

김주남 대표는 신입사원부터 롯데면세점에서 경력을 쌓아 온 면세 전문가로 통한다. 1995년 6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에 입사 후 제주점장, 마케팅팀장, 상품전략팀장, 소공점장(현 명동본점) 등 영업마케팅과 상품(MD) 등 사업부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15년 말 롯데그룹 임원인사를 거쳐 상무보로 승진한 이후에도 2016년 롯데면세점제주 대표이사, 2017년 경영지원 부문장, 2021년 한국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중국 한한령과 코로나 팬더믹 등 대외환경 악재 속에서도 안정화를 추구하고 김포‧김해국제공항 사업권을 수성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수익성 개선과 글로벌 영토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 결과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41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89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50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6% 하락했지만, 규모로만 보면 면세점 4사 중 가장 크다. 

업계는 지난해 12월 선임된 김주남 대표의 전략적 선택이 턴어라운드를 이끈 것으로 봤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 중국 따이궁들에게 매출의 40~50% 수준의 송객 수수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올해 초 이를 3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동남아·일본 등 다국적 관광객 유치에 힘쓰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해외에서의 성장세는 더 높다. 해외영업점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40% 신장했고, 1분기에 이어 해외사업은 흑자를 이어갔다.

멜버른공항점 전경. 사진= 롯데면세점 제공

◇ 멜버른공항점 사업권 획득 등 글로벌 영토 확장

김 대표는 특히 해외사업에 공을 드리는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은 일본·베트남·미국·싱가포르 등 13개 해외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는 글로벌 6개 면세사업자와의 입찰 경쟁을 통해 멜버른공항점 사업권을 획득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약 1090평(3592㎡) 매장을 추후 약 1704평(5634㎡) 면적까지 확장해 연간 약 3000억원을 매출 목표로 2024년 오세아니아 지역 1위 면세사업자로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호주 현지에서린 멜버른공항점 오프닝 세리머니에서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견뎌온 롯데면세점은 호주 멜버른공항점의 성공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다시 도약에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 해외 거점공항 중심으로 사업영토를 개척해 면세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중에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을 연다. 일본 도쿄, 오사카 등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로드쇼도 꾸준히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연말에는 코로나 기간 부분 개장으로 운영했던 싱가포르 창이공항 그랜드 오픈에 나서는 등 글로벌 비중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공항보다 더 큰 롯데면세권에 산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에서는 철수하게 됐지만, 시내면세점의 인프라 확충과 온‧오프라인 프로모션으로 고객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항보다 더 큰 롯데면세권에서 산다’라는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권이란 출국을 앞둔 고객들이 생활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면세점생활권을 강조한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공항면세점보다 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 채널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온라인 쇼핑 편리성도 높였다. 지난 6월에는 ‘모바일 여권서비스’를 단독 도입했다. 모바일 여권은 롯데면세점 애플리케이션 내 ‘마이페이지’ 탭에 접속한 후 간편하게 등록할 수 있다. 최초 1회만 인증하면 최대 10년의 여권 유효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 주류전문관도 확대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고객들은 온라인 면세점에서 미리 주류 상품을 구매 후, 공항 인도장에서 구매한 상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고객 입장에선 공항에서 출국 시간에 쫓기며 쇼핑하지 않고, 시내면세점이나 온라인면세점에서 구매한 다른 품목과 함께 한꺼번에 상품인도가 가능로 출국객의 편의를 크게 개선했다.

이와 함께 롯데면세점은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인기 위스키를 비롯해 와인, 코냑, 브랜디 등 100개 이상 브랜드의 700여개 주류 상품을 국내 면세업계 최다 물량으로 확보했다. 

모바일여권 도입. 사진= 롯데면세점 제공
모바일여권 도입. 사진= 롯데면세점 제공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역량도 강화중이다.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MAS(Marketing Automation System)도 구축했다. 이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단순 반복적인 마케팅에서 벗어나 고객 개개인 대상 정말 마케팅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다.

MAS는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고객이 그동안 구매했던 상품의 특성, 페이지별 체류 시간, 행사 반응률 등 세분화된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이벤트 정보를 최적의 시점에 제공한다.

롯데면세점은 MAS 구축을 기점으로 왓츠앱, 위챗 등 해외 소셜 미디어 채널을 추가로 연동했으며, 발송 대상 국가 또한 기존 5개국에서 13개국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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