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 수소용기용 소재 개발해 상용화
효성중공업, 린데와 손잡고 액화수소사업...충전사업도 활발
효성중공업, INNIO옌바허와 수소엔진 발전기 개발에 박차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수소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한국 수소산업의 ‘원조’ 효성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효성은 2008년부터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고 2021년 수소액화플랜트 건립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탄소섬유를 생산해 수소용기 제작기반을 갖추고 있다. 최근엔 수소엔진 사업까지 진출해 수소사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굴기를 보여주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수소용기 소재서부터 액화수소제조, 수소충전사업, 수소엔진까지 수소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회성이 아닌 수소산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에 선행 투자를 단행하는 등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다.
◆ 수소용기용 기초소재 개발한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
대표적인 사례가 수소용기 제작에 쓰이는 탄소섬유와 라이너용 나일론 섬유다.
수소용기는 일반 공기보다 500~900배 이상의 고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고강도가 필수적이다. 탄소섬유는 내열성, 내충격성, 내화학성이 있고 철보다 10배 강하다. 하지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다.
탄소섬유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연료용 압축천연가스(CNG) 고압용기, 자동차용 구조재, 풍력·우주항공용 소재와 스포츠레저용 제품에 철을 대신해 사용된다. 수소는 공기 중에 쉽게 확산하고 현재 가장 동시에 금속을 무르게 하는 취성이 있기 때문에 탄소섬유는 수소용기 제작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꼽힌다. 보통 탄소섬유와 나일론 소재로 내부 용기를 제작하고 외부애 알루미늄 등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수소용기를 제작한다.
효성첨단소재가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든 시기는 2007년이다. 사업 시작 5년도 되지 않은 2011년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탄소섬유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 5월에는 전북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산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했다. 현재 생산능력은 연산 6500톤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 2028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연산 2만4000톤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세계 시장의 10%를 점유하며 글로벌 TOP3 진입이 목표다. 현재 3차 증설을 진행 중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9월 국내 기업 최초로 수소용기의 라이너 소재용 나일론을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라이너는 연료 탱크의 내부 용기로 수소를 저장하고 누출을 방지하는데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효성티앤씨의 나일론 라이너 소재는 기존 금속과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라이너 소재보다 경량성, 가스차단성, 내충격성이 우수하다. 기존 금속 소재 대비 70%, HDPE 소재 대비 50% 가볍다. 수소 가스의 누출을 막는 가스차단성도 기존 금속 소재 대비 30% 이상, HDPE 소재 대비 50% 이상 높다.
기존 금속 소재 라이너는 무겁고 장기간 수소에 노출될 경우 취성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반면, 나일론 소재 라이너는 수소 흡수력과 통기력이 낮아 취성 위험이 없다.
HDPE 라이너는 400bar 수준의 고압 용기에 사용할 수 있지만, 수소차가 요구하는 700bar의 압력은 견디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수소용기 라이너는 잦은 충전과 방전에 따른 급격한 온도차에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일론 소재의 라이너는 영하 40°C~영상 85°C까지 견디는 등 온도차에 따른 내충격성이 뛰어나다.
현재 수소차에 제한적으로 쓰이는 수소용기는 앞으로 수소드론, 수소트램, 수소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티앤씨가 만든 수소용기용 탄소섬유과 라이너용 나일론의 확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수소액화사업 추진하는 효성중공업과 린데그룹
수소는 상온에서 공기 중으로 확산되기 쉽고 차지하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액화상태나 암모니아 등 다른 물질로 전환해 저장, 운송한다.
여러가지 수소 운송·보관방법 가운데 효성이 선택한 방식은 수소액화다. 이를 위해 독일 린데그룹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2020년 4월 조현준 회장은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린데그룹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액화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효성중공업은 2021년 2월 린데그룹과 조인트벤처 투자계획을 체결했고, 같은해 6월 울산 용연공장에서 수소사업 비전선포와 수소액화플랜트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때 효성중공업과 린데그룹이 선포한 비전은 ‘수소응용기술을 통한 탄소중립 대한민국 건설’이다.
양사는 이를 위해 ▲수소 생산과 충전 설비의 안전성과 신뢰성,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 확대 ▲CO2를 포집한 블루수소와 아예 CO2가 없는 그린수소 추출 기술의 개발과 설비 국산화 ▲CO2 저감 기술개발을 통한 탄소중립 수소 사업 기반 구축 등을 3대 과제로 정했다.
양사는 린데수소에너지(주)라는 생산 합작법인도 세웠다. 린데수소에너지(주)는 효성화학의 용연공장 부지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의 수소액화 플랜트를 완공해 2023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연산 1만3000톤의 수소는 승용차 10만대를 단번에 충전하는 물량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단일 공장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신설 공장에선 효성화학 용연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에 린데의 수소액화 기술과 설비를 적용해 액체수소를 생산한다. 린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액체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만큼 양사의 액화수소사업은 업계를 선도할 전망이다.
액체수소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체로 만들어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인 것으로 저장과 운송이 용이하다. 또 액체수소 충전 시 승용차 1대에 소요되는 충전시간은 3분으로 기체수소 12분보다 4배 빠르다. 기체수소 충전소의 3분의 1 수준의 부지에도 충전소 건립이 가능하다.
양사는 판매 합작법인인 효성하이드로젠(주)도 설립했는데, 효성하이드로젠(주)은 수소액화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액체수소 충전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울산시에 국내 제1호 액체수소 충전소를 건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부의 대형 상용 수소차 보급 정책에 따라 전국 30여 곳에 대형 액체수소 충전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효성중공업은 향후 부생수소뿐만 아니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를 확보하기 위해 그린수소 설비의 국산화도 추진 중이다.
◆ 수소충전 사업으로 수소사업 가치사슬 완성하는 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이 수소충전소 설치를 제안 받은 시기는 수소경제라는 용어가 나오기 이전인 2008년이다. 효성중공업은 앞서 2000년 회전기와 압축기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시스템을 개발해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그후 CNG 충전시스템 운용 역량을 인정받아 2008년 현대자동차로부터 화성 남양연구소에 수소충전소 건립을 제안받아 수소충전소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 9월엔 국회에 서울시 첫 상업용 수소충전소를 준공했다. 2020년 8월엔 정부세종청사 내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효성중공업이 만든 수소충전소는 700bar급 규모로 3~5분 안에 충전이 가능해 1시간에 수소차 5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다. 또 설치면적이 타 기종보다 크지 않고, 압축기 설비의 내구성도 우수하다.
특히,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충전기, 수소가스 냉각시스템, 수소가스 압축 팩키지 등을 국산화했다. 이 때문에 신속한 A/S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또 충전 결과를 데이터화한 후 분석해 충전 현황은 물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다. 수소 감지기, 불꽃 감지기, 압력센서 등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도 갖춰 안전성도 확보했다.
◆ 효성중공업, INNIO옌바허와 맞손잡고 수소엔진 발전 추진
수소사업에서 발전 사업은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수입원이다. 일반적으로 수소를 연소해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지만 효성중공업은 특이하게 수소엔진을 돌려 발전을 한다. 수소엔진은 수소터빈보다 설비가 단순하다는 이점이 있고, 가스엔진과 가스터빈이 함께 사용되는 열병합발전소처럼 수소터빈과 함께 사용해 발전효율을 높일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같은 수소엔진의 장점을 높이 사 지난 4일 오스트리아의 INNIO옌바허와 수소엔진 발전기 실증사업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기도 했다.
효성중공업과 INNIO옌바허는 이번 MOA를 통해 수소엔진 발전기를 협력해 판매할 계획이다. 양사의 수소엔진 발전기는 수소와 천연가스를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출력 조정과 기동정지가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향후 수소 100% 전소 수소엔진발전기 양산도 추진하고 있다.
수소엔진의 이러한 특성은 재생에너지와 융합해 재생에너지의 출력변동을 보완하고 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 수소사업 의지가 확고한 효성 오너家,
효성의 수소사업에 대한 의지는 최고의사결정자인 그룹 오너 차원에서 확실히 담보됐다.
2020년 4월 린데그룹과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액화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자리에서 조현준 회장은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효성중공업이 추진하는 수소액화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운송하는 것으로 효성이 향후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수소액화공장 기공식에서 조 회장은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두렵지만, 그 힘겨운 첫 걸음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역사가 된다"며 "세계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밝혀 한번 더 수소사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수소사업에 대한 의지는 조현상 효성 부회장에게서도 확인된다.
조 부회장은 지난 6월 Korea H2 비즈니시 서밋 2차 총회에서 “효성그룹은 2000년부터 CNG 충전사업, LNG, 수소충전소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장 저변 확대에 노력해 왔다”며 “수소선도국가 달성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효성그룹 오너의 발언을 두고 효성그룹 커뮤니케이션실은 그룹의 미래 비전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