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 줄고 카드사 대출 늘어
'조달 비용' 상승 등이 가장 큰 원인
'풍선효과'에 카드사 건전성 관리 비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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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서민들의 급전 창구가 저축은행에서 카드사의 카드론·현금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민간 대출 규모는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카드대출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중·저신용자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끊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카드사들은 실적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대출 쏠림 현상까지 나타나자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쏟고 있다. 카드대출이 늘면 연체율 상승 등 금융 취약계층의 건전성 우려는 물론 신용리스크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2분기 저축은행들이 취급한 민간 중금리대출 규모는 1조6752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755억원)보다 50% 감소했다.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수도 같은 기간 34곳에서 31곳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카드·캐피털 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18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말(8752억원) 대비 약 150%, 1분기(1조6386억원) 대비 약 34%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중·저신용자가 조금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중금리대출을 만들고 금융사에게도 업권별 금리 상한 요건(저축은행은 17.5%)을 충족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캐피털 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돈 빌려줘도 수익 어렵자 문턱 높여

저축은행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문턱을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조달 비용 상승 △역마진 우려 △건전성 관리 등을 이유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돈을 빌려줘도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조달 비용 상승'이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6%까지 치솟아 조달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현재의 대출금리로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부실 우려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대손 비용도 높은 편이다.

조달 비용 상승은 '역마진 우려'로 번졌고 결국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금리 상한은 법상 올릴 수 있는 최대한도인 17.5%까지 올라갔다.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금리 상한(연 12.14%)보다 4% 넘게 높아졌다. 결국 고금리를 감당하기 힘든 서민들은 카드사로 몰리게 됐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저축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적극 권장하지 않는 것도 대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 저축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은 5.1%로 지난해 말보다 1.7%포인트(p) 높아졌다. 급격히 상승하는 연체율을 관리하려면 중·저신용자 대상 신규대출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중금리대출 취급 규모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상한에 막히자 돈을 빌려줘도 수익을 낼 수가 없다"며 "하반기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별 로고. 사진=각 사.
카드사별 로고. 사진=각 사.

◇ 저축은행 막히자 카드사 '풍선효과'

저축은행이 막히자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카드사 대출 서비스로 몰리고 있다.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와 리볼빙이 늘면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지난달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3278억원으로 월별 기준 올해 2위 수준이다.

리볼빙 잔액도 7조2614억원으로 지난 2월 이후 최대치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대금을 일부만 결제하고 최대 90%까지 연체 기록 없이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시 상환 부담을 덜 수 있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급전 창구로 꼽힌다.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은 카드사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하지만 저축은행 대출 축소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해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러한 대출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출이 몰리면 금융 취약계층의 건전성 우려는 물론 카드사의 신용리스크도 커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1분기 연체율은 7개 카드사 중 현대카드(0.95%)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사가 모두 1%대로 올라섰다.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실적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 건전성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잡고 경영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는 내려가고 조달 비용 등 지출은 줄지 않으면서 업계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당분간 실적 부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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