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어 2금융권까지 '상생금융' 확산
어려운 업황에 몇천억대 지원안 부담
금융당국 "무조건적인 강권 아냐"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릴레이가 은행권에 이어 보험·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까지 확산 중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필두로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화생명·신한카드 등이 잇달아 상생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대형 금융사가 연이어 동참하면서 아직 지원책을 발표하지 않은 금융사들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업황 악화가 이어지면서 몇천억대의 지원안을 마련하는 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철저히 업계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선 당국이 사회공헌을 이유로 무리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카드·보험사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상생금융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카드를 찾았던 이 원장은 지난주 한화생명, 신한카드를 연달아 방문했고 업계에선 이 원장이 곧 다른 금융사도 추가로 방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원장이 방문한 한화생명은 보험사 최초로 상생금융 지원안을 발표했다. 보험업계 1호 상생 금융 상품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 등을 내놓은 한화생명은 금감원과 공동으로 복지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도 소상공인 및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활동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 대상 창업·상권·매출·자금 토탈 지원 프로그램 운영 △금융 취약계층 대상 2500억원 유동성 지원 △취약 차주 대상 1500억원 채무부담 완화로 구성됐다.
우리카드도 업계 처음으로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 취약계층 대상에 채무 정상화 프로그램 및 소상공인 대상 마케팅을 지원한다.
우리카드와 신한카드에 이어 롯데카드 3100억원, 현대카드도 현대커머셜과 함께 6000억원의 상생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하나카드 역시 소상공인, 취약 차주를 지원하기 위해 총 30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이번 지원활동을 통해 소상공인, 취약계층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마중물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 상생금융 강권에 금융사 눈치
2금융사들이 연이어 상생 경영에 동참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실적이 좋지 않은 보험·카드사를 상대로 당국이 무리하게 상생금융을 강권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이 원장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상생금융안에 대한 압박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 수장의 방문에 금융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또 금융사들 역시 현재 전반적으로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천억원대의 지원안을 마련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다.
실제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이면서 실적이 많이 악화됐다. 보험사 역시 시장금리 변동에 민감해지면서 향후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축은행들도 카드·보험사의 상생금융 대책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저축은행 79곳의 순손실은 523억원으로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4561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도 무려 5000억원 가량 순익이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금융사가 상생금융에 나서자 아직 지원책을 발표하지 않은 카드·보험사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상생금융 지원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고 지켜보고 있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실적은 나빠지고 있지만 눈치를 보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안을 내놓고 있다"며 "좋은 취지로 내놓은 이상 지원에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을 제외한 보험사들도 현재 상생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카드사와 달리 상품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지원 방식을 두고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분위기다.
보험사 관계자는 "장기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특성상 단기간 내 상생 상품을 개발하기가 어렵고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효과도 크지 않다"며 전문가들도 보험사가 대출 상품 위주의 상생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2금융권의 우려에 금융당국은 강권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 한화생명을 찾았던 이 원장은 "결코 (상생금융 상품 출시 등) 여력이 없거나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상 적절치 않은 회사에 (상생금융을) 강권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