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숙원사업 해결에도 미온적
시기·실효성 등 전혀 도움 되지 않아
'예보료' 인하 등이 더 효율적인 방안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저축은행 업계 숙원사업 중 하나였던 인수합병(M&A)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반응은 미온적이다. 금융당국이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유도하고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정작 업계에선 시기와 실효성을 두고 비관적 전망만 나오는 상황이다.
4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17일 '상호저축은행 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동일 대주주의 저축은행 소유와 합병을 일부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규제가 개정되면서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한해 동일 대주주가 영업 구역이 확대되더라도 최대 4개까지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했다. 또 그동안 영업 구역이 확대되는 합병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에는 영업 구역 4곳까지 확대되는 합병이 허용된다.
현재 저축은행의 영업 구역은 △서울 △인천·경기 등 수도권 2개와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비수도권 4개로 총 6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적인 자금중개기능을 강화하면서 합병을 통한 경영건전성 제고를 이끌겠다는 의도다"라고 설명했다.
◇ 규제 완화에도 아쉽다는 반응만
숙원사업이었던 인수합병 규제가 일정 부분 풀렸지만 저축은행들은 미온적인 반응만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시기 △실효성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저축은행들이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올해 실적이 급감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순손실은 523억원으로 2014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연체율 역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해 1분기 전체 저축은행 연체율은 5.1%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보면 2018년 4.5% 이후 최고치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1년 3.1%에서 2022년 2.6%로 소폭 하락했다가 5%를 넘기는 등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오히려 부담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신용평가사들도 꾸준히 상승하는 연체율과 부동산PF 리스크 우려에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부정적'으로 조정하는 등 향후 상황 역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금리와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인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부분의 주요 저축은행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영업 기반이 취약한 비수도권 저축은행만 규제를 풀면서 대기업들이 인수합병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SBI·OK·웰컴 등 일부 저축은행은 인수합병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서울·경기를 제외한 14개 지역의 총여신 잔액은 전체 권역 대비 14.8%에 불과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저축은행 총여신 잔액은 67조7881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61%를 차지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는 대형 저축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규제 완화에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업계에선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대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는 환영하지만 '예금보험료 인하' 등 조금 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보료는 금융사들이 고객이 맡긴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매년 납부하는 보험료로 현재 금융기관의 표준 보험료율은 예금액 대비 은행이 0.08%, 증권사·보험사가 0.15%, 저축은행은 0.4%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5배 수준인 저축은행 예보료율을 낮추는 등의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업계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라며 "저축은행이 2금융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