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라남도 율촌산업단지에서 열린 포스코HY클린메탈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세리머니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전라남도 율촌산업단지에서 열린 포스코HY클린메탈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세리머니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배터리 재활용으로 2040년 600만t 이상의 리튬과 니켈 등의 금속이 채굴될 것”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가 개최한 ‘배터리 리사이클링 데이 2023’ 행사에서 김대기 SNE리서치 부사장은 “환경오염, 처리비용, 편익 등을 고려해 세계적으로 사용 후 배터리를 관리하는 법을 제정하는 추세”라며 이 같이 말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올해 108억달러에서 2030년 424억달러, 2040년 2089억달러(약 263조원) 규모로 연평균 17%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기차 폐차 발생량이 올해 17만대에서 2040년 4227만대로 연평균 33% 증가하고 이 기간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도 18GWh에서 3339GWh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결과다.

SNE리서치는 “지속해서 성장 중인 배터리 시장을 고려하면 약 10년 후부터는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은 현재 배터리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방법은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으로 구분된다. 재사용은 잔존 용량이 높은 폐배터리의 팩을 일부 개조하거나 기존 팩을 수거한 뒤 해체와 안전 테스트를 거친 후 다시 사용하는 것이며 재활용은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를 셀 단위에서 분해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기초 소재를 추출하는 것을 뜻한다.

김 부사장은 “사용 후 배터리는 외부 노출 시 중금속 오염과 유독가스 발생 위험이 있으며 수분과 반응하면 발화와 폭발의 가능성도 있다”며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천연자원 절약 등 환경적 편익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배터리 재활용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기업들은 2030년부터 생산되는 배터리 소재 가운데 코발트 16%·리튬 6%·니켈 6%를, 2036년부터 코발트 26%·리튬 12%·니켈 15%를 재활용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지난해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미국 현지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 또는 가공했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광물이 정해진 비율 이상을 충족해야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 비율은 올해 40%에서 매년 10%포인트(p)씩 늘어 2027년 80%로 확대된다.

이 같은 흐름은 폐배터리 급증에 따른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배터리 원료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특정 국가 또는 지역에 대한 시장 의존성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결정에 따른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제조 원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관련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에 역량을 쏟고 있는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일 전남 율촌산업단지에서 중국 화유코발트, GS에너지와의 합작법인 포스코HY클린메탈의 2차전지 리사이클링(재활용) 공장을 준공했다.

해당 공장은 연간 블랙파우더 1만2000t을 처리해 니켈 2500t, 코발트 800t, 탄산리튬 2500t 등 배터리 원료 금속 자원을 회수할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를 통해 배터리사에서 발생한 공정스크랩·폐배터리로부터 원료 금속을 회수, 이를 다시 2차전지 소재 생산에 활용하는 ‘친환경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앞서 지난해 8월 폴란드에 PLSC 공장을 설립했다. 이곳에서 2차전지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파쇄해 블랙파우더를 만든 뒤 이를 전남 율촌산업단지 리사이클링 공장에 공급한다.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중국 코발트 생산 기업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합작 법인을 설립했으며 모회사 LG화학과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에 약 600억원 지분 투자를 단행, 10년간 2만t의 재활용 니켈을 공급받기로 했다. 북미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통해 재활용 업체와 협력 중이다. 

삼성SDI는 국내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천안·울산 공장에서 발생하는 불량품 또는 폐기물을 회수해 원자재를 추출, 재활용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원자재 회수율 향상, 저비용 친환경 소재 회수 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한 리사이클 연구 랩도 설치했다.

SK온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통해 폐배터리 사업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로부터 리튬·망간·코발트·니켈 등 광물 회수를 위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지난해 성일하이텍과 국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25년 상업공장 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독자 개발한 리튬 회수 기술로 금속 자원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공정도 개발 중이다.

이밖에 국내 기업 중 성일하이텍을 비롯해 세빗켐, 영풍, 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이 배터리 재활용 사업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금 운행되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들의 1차 생애주기가 끝나는 2030년에는 사용 후 배터리의 55%가 재사용되고 45%는 재활용될 것”이라며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은 사용 후 배터리 외에도 배터리, 양극재 제조사의 스크랩(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포함하며 관련 물류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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