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한화그룹은 방산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김종희 창업주가 1952년 창립 당시 화약을 그룹의 뿌리로 둔 영향이다. 이후 1980년대 금융, 에너지, 호텔·관광, 건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한화를 재계순위 10위권의 대기업 반열에 올린 이는 김 창업주의 장남인 김승연 회장이다. 2020년대에 들어선 3세 승계가 유력한 김동관 부회장이 우주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김 부회장을 내세워 우주 사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 부회장은 김 회장의 장남으로, 그룹의 핵심인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신년사를 통해 처음으로 우주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하며 관련 사업 협의체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켰다. 팀장은 김 부회장에게 맡겼다. 스페이스 허브는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으로 구성된 한화의 우주 사업 통합 브랜드다.
출범 당시 김 부회장에게 책임을 맡길 만큼 우주 분야를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던 김 회장은 최근 들어 우주 사업을 방산과 분리해 경영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 한화의 경영수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는 최근 스페이스 허브의 출범 3년 차를 맞이한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우주 전문인력 모집에 나섰다. 우주사업 10여개 분야에서 신입·경력 등 총 세자릿수의 ‘스페이스 허브 크루’ 인원을 모집한다. 이번 채용은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우주 인재 육성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문인력 양성은 국가 경쟁력과 연결된 만큼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던 미국의 ‘스페이스X’가 세계적인 우주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한 배경도 실리콘밸리의 우수인력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전문인력 등을 빠르게 확보한 덕분”이라면서 “우수한 인력을 기반으로 우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우주 사업도 선제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의 우주 사업 청사진은 누리호 기술 이전을 받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려나가고 있다. 2027년까지 3차례에 걸쳐 추가 발사되는 누리호의 고도화 작업이 완료되면 한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발사체를 우주에 보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된다.
이를 토대로 한화는 각종 물자를 우주선 등을 통해 나르는 우주수송 사업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먼 미래에는 우주탐사 꿈도 갖고 있다. 물론 이는 발사체를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체적인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하다. 발사체 기술은 안보와 전략적인 측면에서 국제 협력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이 우주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기에 앞서 대규모 채용에 나선 것은 우주 사업에서 인력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우주 진출의 밑그림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화 측은 “2032년 달 착륙, 2045년 화성 착륙이라는 정부의 ‘우주경제 로드맵’에 따라 민관협력의 한 축을 적극적으로 담당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