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변신 성공
업계 톱3 끌어올리며 경영 능력 입증
지주사 전환 통해 종합금융그룹 점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생명보험 중심 지배구조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사업 다변화가 필요하다."
교보생명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하며 밝힌 포부다. 내년 하반기 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새롭게 경영 방향을 설립한 교보생명의 선봉에 선 신창재 회장 역시 성공적인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종합금융그룹 도약에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신 회장은 부족한 사업군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1조원대 자본 확충에 나서며 손해보험사 인수 등 계열사 확대 의지를 내보였다. 이와 더불어 사내 결속을 다지기 위한 활동도 이어가며 곳간을 지키는 데도 노력 중이다.
어려운 업황에도 생명보험사 톱3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신 회장은 최근 보험사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감지하고 과감한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오너 경영인으로서의 장점과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14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지난 7일 교보생명 본사에서 열린 창립 65주년 기념식을 통해 신 회장은 개방형 혁신과 빠른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올해 초 지주사 설립을 공식화했던 신 회장은 "고령화와 IFRS17·K-ICS 시행,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 보험 채널의 구조적 변화 등으로 보험사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를 활용한 전략적 투자,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션, 사내벤처 제도 등을 통해 개방형 혁신 추진을 주문했고 조직문화의 변화도 당부했다.
실제 신 회장은 최근 교보생명의 천안 연수원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진행된 하반기 경영현황설명회를 통해 MZ세대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마련하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 산부인과 의사에서 경영인으로
지난 1953년 10월31일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난 신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산부인과 의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던 중 암 선고를 받고 경영권 승계 문제를 고민하던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경영에 첫발을 딛게 됐다. 현재 국내 생명보험 업계 유일의 오너 최고경영자로 편정범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교보생명의 새로운 조타수가 된 신 회장은 생명보험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마이데이터와 헬스케어 서비스 등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두 마리 토끼 경영'을 통해 적자 기업이었던 교보생명을 생명보험 업계 3위(총자산 기준)로 키워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올해 역시 긍정적인 실적을 이끌어내며 순항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연결기준 올 1분기 순이익으로 5003억원을 공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약 58.5% 늘어난 수치다. 신 회장이 새 기준에 대비해 자본을 늘리고 채권 계정을 재조정하는 등 분주히 움직여서 만들어 냈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또 신 회장은 2017년 7월 국내 생명보험사로는 최초로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 규모를 늘렸으며 29조원 규모의 만기 금융자산을 매도 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해 지급여력(RBC)비율도 끌어올렸다.
신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2021년 9월 생명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ESG채권(ESG 인증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자산신탁 등 금융 계열사들과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세계적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신 회장은 부친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에 이어 세계보험협회의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 헌액자로 선정됐다.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은 혁신적 활동을 통해 보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1957년 제정됐다.
신 회장은 수상소감을 통해 "선친에 이어 보험 분야의 가장 영예로운 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며 보험의 정신을 함께 실천해 온 교보생명 임직원들과 재무 컨설턴트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지주사 전환에 사활…가능성 높다
현재 교보생명과 신 회장의 가장 주된 관심사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이다. 내년 하반기 출범이 목표인 지주사 전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첫 번째, 보험업계에서는 메리츠화재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지난 2월 이사회 보고를 통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주사 전환에 대해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생명 중심의 지배구조로는 각종 법규상 제약으로 그룹의 장기성장전략 수립, 추진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성공시키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관계사간 시너지 창출 등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는 증권, 자산운용 정도의 자회사가 유의미한 비중의 비보험 사업이다.
아울러 지주사에서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 및 공동 활용은 물론 인력교류, 임직원 겸직 등을 통한 핵심역량 확산도 기대하고 있다. 복합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이 더욱 쉬워져 고객중심 영업 체계 구축도 예상되는 주요 효과다.
실제 신 회장의 교보생명은 이미 지난 4월 파빌리온자산운용의 자회사 편입을 마치고 교보AIM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 최근에는 손해보험사 인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교보생명이 주요주주 사이 분쟁을 겪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최대 주주 신 회장과 2대 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컨소시엄이 풋옵션 관련 분쟁을 겪고 있어서다.
신 회장은 창립 65주년 기념식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탁월한 경영 성과를 창출하고 현재와 미래 이해관계자들과 공동 발전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자"고 말했다. 신 회장의 자신감이 숙원인 지주사 전환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