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22일 서울에서 버스로 3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 L하우스’. 이 곳은 ‘독감 백신 시장 최강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시장에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듯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스카이셀플루 시판을 위한 최종단계인 국가출하승인을 획득하고, 이달 안동 L하우스에서 출하를 시작했다.
2021년 코로나 19 백신 생산에 집중하며 스카이셀플루 국내 공급을 중단한 지 3년 만에 재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스카이셀플루는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 2020년까지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제품이다. 국내 독감 백신 생산물량의 30% 가량을 담당했다.
기존에 독감백신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던 제품인 만큼, 공장 관계자들은 1위 탈환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세계 최초 세포배양 백신이라는 무기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상균 L하우스 공장장은 ”스카이셀플루는 고도화된 대한민국 백신 기술력의 결정체“라면서 ”이번 시장복귀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 확대를 통해 우리 백신의 경쟁력을 다시금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말부터 내년초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에 공급하는 독감백신 물량은 약 500만 도즈(1도즈 1회 접종량)다. 국가 차원의 예방접종지원(NIP)사업으로, 242만도즈를 공급하고, 나머지는 민간 시장을 통해 병·의원에 공급한다. 매출로 보면 500억~600억원 수준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장을 견학하는 내내 새포배양 방식의 장점을 설명했다. 세포배양방식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새포배양 방식은 동물세포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유일하다. 글로벌 기업도 수율(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의 비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방식이다.
이에 일반적으로는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백신을 제조하고 있다.
하지만 세포배양방식은 이러한 유정란 방식에 비해 장점이 뚜렷하다는 게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설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7~2018 시즌 독감백신의 상대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포배양 4가 독감백신이 유정란 4가 독감 백신보다 병원 방문 예방 효과가 11% 높았다.
또, 계란에 대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있는 사람들은 유정란 배양 방식 백신을 맞을 수 없어 필수 수요도 존재한다.
최근 영국 백신접종 과면역 공동위원회(JCVI)는 23~24절기 독감 백신 연령별 가이드를 통해 2~64세 대상자에게 세포 배양 방식의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우선 권고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상균 공장장은 “백신 만드는 사람들은 유정란 백신을 클래식한 백신, 세포배양은 차세대 백신이라고 얘기하곤 한다”면서 “그만큼 세포배양 방식은 버전이 업된 백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 현재 유정란 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기업도 세포배양 등의 차세대 백신 생산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수율을 맞추기 어려워 상업화까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은 생산공정에서도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생산공장은 백신 원액(DS)이 배양되는 핵심 시설이다 보니 외부 먼지나 세균 차단에 민감하다. 이에 실험복과 신발 덮개, 먼지를 막는 무진 모자 등을 착용한 뒤에야 둘러볼 수 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산공장은 총 9개의 시설(스위트)로 구성돼있다. 이중 5번 스위트와 9번 스위트에서 스카이셀플루의 생산중이다.
백신 원액은 세포를 1mL부터 시작해서 2000L까지 키운다. 세포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바이러스가 증식이 되면 회수후 사용할 단백질을 분리, 원액을 만든다. 이후 각각의 원액을 섞어서 최종원료를 만든다.
이 과정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40여일 만에 끝내는 기술력을 갖췄다. 유정란 방식(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은 약 80일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반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포장시설도 모두 자동화로 이뤄진다. 시린지 정렬부터, 시린지 이물질 검사, 로드 삽입, 라벨링 부착, 박스 포장, 일련번호 부착까지 모두 자동화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철저한 품질관리(QC) 분석도 실시된다. 독감백신의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총 4번의 품질관리 분석이 이뤄진다.
이주섭 QC분석1팀 팀장은 ”공정에서 다른 공정으로 넘어갈 때 마다 품질 관련 시험을 하고 있다“며 ”시험이 많아 최대한 신속하면서도 정확히 기한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험에 대한 신뢰성은 어느 다른 회사보다도 높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