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에 매각 가능성
매각으로 인해 금융소비자 영향 제한적
저축은행 인수합병 첫 사례 가능성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저축은행 자산 규모 7위인 상상인저축은행이 매각 위기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오너인 유준원 대표이사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유 대표가 매각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해당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자 등 금융소비자들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정부가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한 만큼 두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게 될 경우 저축은행 M&A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0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두 저축은행의 실소유주인 유 대표가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려면 2주 내로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해야 한다. 기한 내 적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금융위는 6개월 내로 대주주 보유 지분을 일부만 남기고 강제 매각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상상인 그룹은 개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의무 비율을 유지하지 못했으면서도 유지한 것처럼 거짓으로 보고 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공매를 진행한 혐의를 받았다. 또 불법 대출 혐의도 받아 금융위는 과징금 15억2100만원을 부과하고 유 대표에게는 직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금융위의 결정에 유 대표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올해 5월 금융위 징계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금융위는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됐다.
금융권에선 당국이 정한 기한인 2주 안에 상상인이 과거에 받은 중징계를 해소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유 대표는 상상인 매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상상인이 금융당국에 대한 행정소송에 나서면 매각 진행까지 상황이 더디게 흘러갈 수 있다. 상상인 측은 아직 매각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 금융소비자 혼란에 "영향 없다"
올해 2분기 기준 자산 규모 4조8797억원, 업계 7위에 속하는 중대형급 은행인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매각 가능성이 커지자 예금자 등 금융소비자들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상인 저축은행의 매각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예금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글도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예금 자체에 대한 안내는 따로 없었다" "불안한 상황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으로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분이 매각되고 대주주는 바뀌지만 실질적인 내부 경영은 크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상상인저축은행의 논란이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수년간 진행된 사안인 만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란 판단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주주의 범죄 혐의에 따른 평판 리스크로 예금 이탈도 예상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 저축은행 인수합병 첫 사례 나올까
업계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에 대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위가 상상인 저축은행들의 강제매각을 결정하게 되면 해당 매물은 시장에 나오게 되고 최근 정부가 저축은행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한 만큼 저축은행 인수합병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일부 저축은행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점, 영업 권역이 수도권과 충청권으로 넓은 점 등을 들어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있고 성장성도 있다고 생각해 매물로 나온다면 관심을 갖는 저축은행이 많을 것이다"라며 "수도권 쪽 영업 권역이 없는 상황이라 상상인과 같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 상반기 저축은행업권이 1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역시 올 상반기 각각 248억·98억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2분기 기준 연체율은 상상인저축은행이 10.88%로 전년 동기(3.01%) 대비 7.87%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3.44%에서 11.54%로 연체율이 크게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