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업계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당기기 위해 시제품 생산과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 약 400억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해서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 중 액체 유기용매로 이뤄지는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열과 압력 등에 강한 고체 전해질 특성상 양·음극 접촉을 막아주는 분리막 등 안전을 위한 소재가 필요 없으며 배터리 모듈이나 팩 등에 별도 냉각장치 등을 줄일 수 있어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향상되고 충전 효율까지 전반적인 배터리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제품으로 평가된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생산단가가 높은데다 리튬이온 이동성 확보, 황화물계 전고체 공정에서의 황화수소 유독가스 발생과 음극 표면에 리튬 결정이 생성되는 덴드라이트 현상 억제 등 선결 과제들이 있어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린다.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토요타자동차도 2022년으로 잡았던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7~2028년으로 늦춘 바 있다.
이런 가운데 SK온은 단국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박희정 교수 연구팀과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전도도를 갖는 산화물계 신(新) 고체전해질 공동개발에 성공, 국내외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산화물계 고체전해질 소재 ‘Li-La-Zr-O(리튬-란타넘-지르코늄-산소, LLZO)’의 첨가물질 조정을 통해 리튬이온전도도를 기존 대비 70% 개선했다고 밝혔다.
리튬이온 이동 속도를 높여 배터리 출력과 충전 성능을 개선하면서도 미세구조 제어 기술로 안정성까지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산화물계 전고체는 황화물계에 비해 이온전도도가 낮지만 안정성이 우수하고 리튬 덴드라이트 현상 억제가 가능하다는 등 장점이 있다.
SK온에 따르면 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용량은 기존 액체전해질 대비 이론적으로 약 25% 높아진다. 이 고체전해질은 현재 SK온은 개발 중인 고분자-산화물 복합 전고체, 리튬-황 또는 리튬-공기 배터리 등의 소재로도 활용 가능하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두 종류 모두 2026년 초기 단계의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8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내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국내 3사 중 전고체 개발에 가장 공격적인 주자는 삼성SDI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이온전도도가 높지만 공정이 까다로운 황화물계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 수원연구소 파일럿 공장 가동에 들어갔으며 6월 샘플 제작에 성공했다. 이달 5~10(현지시간)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3‘에서도 전고체 배터리를 전시한다.
특히 삼성SDI는 리튬 덴드라이트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무음극 기술’을 개발, 전고체 배터리 수명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은 고분자(폴리머)계 전고체 배터리를 2026년부터 우선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며 황화물계 양산 시점은 2030년 이후로 보고 있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사들은 상대적으로 생산 단가가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력으로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성능 중심의 삼원계 배터리로 완성차 고객사를 늘려왔지만 최근 전기차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산 LFP 배터리 채택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국내 3사도 LFP 개발에 착수하면서 맞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고부가 제품인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도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지만 액체전해질과의 중간 단계인 반고체 제품을 먼저 선보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