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사업 강화 위해 적극 지원
그룹 차원의 '트래블로그' 운영·협업
이자수익 의존도 낮추려는 묘안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하나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함영주 회장이 업계 하위권인 하나카드를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취임 당시 내세웠던 비은행 사업 강화의 신호탄으로 하나카드를 선택한 함 회장은 '하나페이' '트래블로그' 등 하나카드 특화 서비스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실적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함 회장이 비은행 부문에서 성장 동력을 얻어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영주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줄곧 비금융 부문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해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카드의 여행 서비스 '트래블로그' 이용자는 200만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가입자 수 100만을 달성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200만 고지를 넘은 것으로 100만 돌파에 10개월이 걸렸던 점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빨라졌다.
하나카드의 한 직원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트래블로그는 현재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함께 운영·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과거 국내 외환거래의 대부분을 책임질 정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던 외환은행의 경험을 살려 ATM 수수료 무료 등과 같은 파격적인 마케팅을 하나카드와 함께 고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래블로그에 힘입어 하나카드는 실적 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줬다. 하나카드의 올 상반기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은 29.33%로 지난해 상반기 19.08%에서 10.25%포인트 상승했다. 7월 점유율만 떼놓고 보면 33.39%로 업계 1위 수준이다.
이는 트래블로그 출시 1년 만에 얻은 성과로 △환율 우대 100% △해외 이용 수수료 무료 △해외 ATM 인출 수수료 무료 등 혜택이 인기몰이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며 "다른 제휴사들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들을 연이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로그와 더불어 하나금융그룹은 페이 플랫폼 브랜드를 원큐페이에서 하나페이로 변경하면서 하나카드만의 특화 서비스인 여행과 직구, AI 추천 맛집, 모바일신분증 등 생활·여정에 밀접한 서비스를 전면 배치하기도 했다.
◇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
업계에선 트래블로그의 선전에 대해 하나금융그룹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 회장의 적극적인 영업이 한몫 했다고 평가한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그룹은 트래블로그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7월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으며 함 회장은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담당 직원들을 만나 격려하는 자리를 자주 갖고 있다.
또 함 회장은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 주최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코리아핀테크위크 2023' 행사에서도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트래블로그를 직접 홍보하며 영업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더불어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카드와 트래블로그를 통해 비이자이익 확대의 경로로 환전 서비스를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지주 입장에선 외환 사업이 눈총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핵심 비이자 사업이라는 계산이다.
◇ 비은행 사업 키우려는 묘안
함 회장이 하나카드의 약진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이유는 계획 중인 장기 플랜의 선봉장으로 하나카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하나금융그룹의 선장이 된 함 회장은 취임 당시 △장점 극대화·비은행 사업 재편 △글로벌 리딩금융그룹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실제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을 포함해 비금융 부문에 적극 제휴 및 투자하며 업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도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 도약'을 꿈꾸는 함 회장이 향후 MZ세대를 하나금융 안으로 포섭할 수 있는 중요한 마중물로 하나카드를 선택하고 가장 먼저 지원에 나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함 회장은 하나카드를 통해 금융그룹 내에서도 금융당국의 견제를 받는 은행의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사업을 키우려는 묘안이다. 하나금융 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달해 비은행 사업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KB금융은 62%, 신한금융은 64% 수준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은행 부분을 키우는 건 모든 금융그룹의 숙제다"라며 "KB나 신한보다 비은행 부분이 약한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카드에 집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