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김영섭 KT 대표의 임기 초반은 구조조정 보류와 인수합병(M&A) 물색, 탈통신 속도 등의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가 취임하기 전 KT 안팎에서는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CEO가 바뀔 때마다 대규모 명예퇴직이 단행된 KT의 역사와 더불어 LG그룹 출신인 김 대표가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한 이력이 근거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KT의 체질 개선에 인적 구조조정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 외부의 역량 수혈이 먼저라고 봤다.
김 대표에겐 재무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LG에서 감사팀장, 총무부장, 관리부장, CFO 부사장 등을 지내며 재무 역량을 발휘한 결실이다. 디지털 전문가라는 평가도 있다.
하이테크사업본부와 솔루션사업본부 등 주요 사업본부장을 지내며 디지털 전환 전략의 큰 그림을 그린 결과물이다. 조직 관리 경험이 풍부한 셈이다.
김 대표는 취임 첫 해에는 그간 쌓아온 조직 관리 경험을 집중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외부의 동요를 가라앉히려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당분간 구조조정 대신 내부에서 인재를 발굴해 성장시키는 데 방점을 두겠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지난 7일 김 대표는 언론과의 첫 만남에서 이렇게 확언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인위적인’ 조정 얘기다. 매년 11~12월 사이 이뤄지고 있는 정기 인사에서는 대폭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KT에선 지난해 말부터 대표 선임을 두고 경영 공백 사태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김 대표는 올 연말 2년 치 인사를 한꺼번에 단행해야 할 부담을 갖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정치권과 언론 등으로부터 ‘이권 카르텔’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전임 대표 시절의 핵심 경영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 1일 김 대표는 이익 카르텔로 지목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의 보직을 해제하는 원포인트성의 선제적인 문책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사업 방향은 ‘혁신’과 ‘변화’로 압축된다. 줄곧 통신사 밖에서 활동한 김 대표는 KT의 현 디지털 사업 역량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외부의 힘을 끌어와 KT를 구글이나 애플 등 빅테크와 대등한 경쟁력 있는 통신사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려면 현재 구축한 인프라에 인터넷 금융, 자율주행 등을 더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놔야 한다. 그 방법으로 M&A를 거론했다.
김 대표는 “세계는 속도 경쟁”이라면서 “살아남으려면 외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탈통신으로 대표되는 ICT 전략도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기조연설을 통해 “클라우드, AI, 자율주행 등 빅테크기업들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대등한 정보기술(IT) 역량을 축적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에너지 등의 영역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며 빅테크와 경쟁하며 새로운 사업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 대표가 취임 후 첫 투자 대상을 고른 기업도 AI 스타트업이다. KT는 콴다와 업스테이지에 각각 100억원씩 지분투자를 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통신사’ 꼬리표를 떼기 위한 김 대표의 전략적 판단은 아주 빠르게 실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