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T 활용해 특단의 대책
선심사하고 CM 채널 강화하고
큰 효과 없을 것이란 우려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보험사들이 콜센터 상담 업무를 개선하는 등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에 돌입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해 판매를 촉진하고 상품 가입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여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대면영업이 주를 이루는 보험업계 특성상 비대면 시장 확대가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또 노인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라이프는 보험 선심사 시스템을 구축하며 불필요한 가입 절차를 줄였다.
통상적으로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2번의 만남을 거쳐야 하지만 해당 시스템은 사전 동의가 완료된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신속히 알 수 있도록 가입설계 단계에서 언더라이팅(보험 가입 심사) 결과를 제공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올 4월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상 언더라이팅을 도입했으며 교보생명과 KDB생명, 동양생명 등도 해당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업계 역시 최근 몇년 간 선심사 시스템을 도입해 왔다. KB손해보험은 2021년 자동차보험 언더라이팅에 AI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을 도입했고 현대해상은 지난해부터 가상 언더라이팅을 간편 보험 상품 심사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상 언더라이팅은 현대해상이 보유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혈압, 대장용종, 갑상선질환 등 질환의 인수 여부에 따른 담보 유형별 예상 손해율을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선심사 시스템에 대한 고객들 반응 역시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관계자는 "AI 등 여러 기술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가입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별한 절차 없이 진행되는 선심사 시스템으로 인해 간편하게 가입했다는 고객들의 의견도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 대표적 비대면 서비스 콜센터도 진화
보험사의 대표적 비대면 서비스인 콜센터 상담 업무도 진화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최근 '콜센터 금융 약자 상담 우대서비스'를 시행했다. 이 서비스는 전화를 건 고객의 전화번호를 인식해 고령층, 장애인 등 금융 약자에게 선별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또 NH농협생명은 ARS단계를 최소화해 즉시 상담사에게 연결하는 'ARS생략서비스', 대기시간을 줄인 '우선연결서비스', 상담역량이 우수한 상담사와 연결되는 'VIP고품질상담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6월부터 음성봇 '보리(보험의 리더)'를 상담 업무에 도입했다. '보리'는 콜센터 이용 고객이 주로 요청하는 보험계약대출·상환, 계속보험료 즉시 출금, 가상계좌 발급, 보험금청구를 위한 가상팩스 발급, 증명서·신청서 팩스 발송 등 업무를 음성 안내와 함께 처리한다. 또 청약 필수 확인 절차인 해피콜, 연체보험료, 휴면보험금 안내 등도 서비스한다.
2019년 손해보험 업계 최초로 AI 기술이 활용된 '콜봇'을 이용해 365일 24시간 이용 가능한 '자동차 고장출동 서비스'를 개시했던 KB손해보험은 콜센터 업무에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기반의 혁신 기술을 접목, 체계적인 고객관리와 개인화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KB손해보험은 지난 7월 기준 전체 출동 접수 건의 약 15%가 이 콜봇을 통해 처리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부터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인 콜센터 운영시간을 오전 9시~오후 9시까지로 3시간 확대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들은 보험금 지급 업무를 비롯해 보험료 납입, 보험계약대출 실행·상환, 보험계약 변경, 사고보험금 상담, 증명서 발급 등의 업무를 야간에 받을 수 있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비스가 콜센터 서비스인만큼 관련 시스템의 고도화는 필수"라며 "편리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험사를 소비자들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을 통한 상품 판매 역시 늘고 있다. CM(사이버마케팅) 채널을 강화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특히 하나생명,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5월 기준 하나생명의 CM 채널 초회보험료는 7000만원에서 16억원으로 증가했고 미래에셋생명도 350% 늘어난 1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도 17억원에서 32억원으로 88.2% 증가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 저축성 상품이 CM 채널에서 팔리면서 매출이 늘었다"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생보사들도 고금리 상품을 속속 선보이며 고객몰이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 대면 영업 영향력 커 효과 미비할 수도
보험사들이 코로나19 당시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비대면 시스템을 강화고 있지만 일각에선 보험설계사 등을 대면 영업의 영향력이 큰 만큼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생명보험의 대면채 널 매출 비중은 99.3%에 달한다.
더불어 금융당국이 기존 보험사에 규제 완화를 통해 디지털 모집 방식을 허용한 만큼 디지털 보험사에 대해서도 유연한 영업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 보험사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도 규정된 범위 내에서는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하도록 폭 넓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대면 영업이 없는 만큼 전화나 화상 모집은 허용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노인 등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 역시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비대면 영업이 늘면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보험을 가입하는 '불완전판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선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대면을 통한 업무 범위 확대 추진 등 보험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불완전 판매 리스크 역시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