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RE100 이행수단 일환 도입..."개선 방안 모색해야"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기업의 RE100 이행수단의 일환인 녹색프리미엄제도가 졸속으로 도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입 3년만에 개선방안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노용호 의원실은 12일 “RE100 이행방안인 녹색프리미엄제도가 준비도 안 된 채 도입됐다”며 “도입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는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 의원실은 녹색프리미엄제도를 기업들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에 참여토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로 봤다.
녹색프리미엄제도는 국제 RE100캠페인에서도 인정받는 K-RE100 이행 수단이다.
K-RE100은 국제 RE100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늘자 산업부가 이를 보조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RE100이 민간 차원의 자발적인 캠페인인만큼 조세 혜택 등 직접적인 지원은 없으나 K-RE100을 운영하며 RE100 일부 이행수단에 탄소배출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을 보조했다.
K-RE100 이행수단은 국제 RE100과 같다. 녹색프리미엄 이행,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구입, 제3자 PPA, 재생에너지 지분투자, 자가발전, 직접PPA가 이행수단이다.
이 가운데 녹색프리미엄은 RE100 기업이 내는 전기요금에 kWh당 10원 이상을 더해 납부하면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급받아 RE100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이행수단과 달리 탄소배출권을 발급받을 수 없고 매년 갱신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녹색프리미엄제도는 RE100 이행수단 가운데 수위를 차지한다. 기업 입장에선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직접적으로 설치하거나 투자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소액을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직접 설치하는 것보다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국제 RE100 이행을 위한 최소 발전량인 0.1TWh에 대한 RE100 이행 비용을 계산하면 육상태양광 913억 원(설치비 12억 원/MW 적용), 수상태양광 1216억 원(설치비 16억 원/MW 적용)의 설치 비용을 내야 20년 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녹색프리미엄을 이용하면 RE100 이행에 드는데 5년간 585억 원, 10년간 1170억 원, 20년 간 2340억 원이 든다(산업용 전기요금 107원/kWh+녹색프리미엄 이행 최저가 10원/kWh 적용).
다시 말해 RE100 이행 10년까지는 녹색프리미엄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태양광발전소를 직접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그러나 10년 이후엔 태양광발전소를 직접 설치하는 것이 값싸다.
이는 태양광발전소가 초기 투자비용이 비싸지만 20년 이상 장기 운용할 경우 기술적 특성으로 운영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경영환경이 매년 변화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기업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값싼 녹색프리미엄제도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RE100에 따라 2050년 경에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초 태양광발전설비를 갖추는 것이 훨씬 비용이 값싸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재생에너지발전설비에 대한 투자보다 녹색프리미엄제도를 우선 활용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곳간에 쌓이는 녹색프리미엄 재원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용호 의원실에 따르면 녹색프리미엄 재원은 2021년 146억9100만 원에서 2022년 542억6700만 원, 올해 상반기 675억88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기업과 산업부, 지자체가 조성한 돈인데 대부분 기업들이 납부한 금액이다.
이에 따라 운용 비용을 제외한 예치금도 늘어 2021년 39억8800만 원, 2022년 445억6000만 원, 올해 상반기 736억6400만 원이 누적됐다.
노 의원실은 예치금의 규모가 올해 상반기 조성 금액보다 큰 점을 주목했다. 적어도 61MW급 육상태양광발전소(설치비 12억 원/MW 적용)를 지을 재원이 남아 있기 때문에 준조세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RE100 이행수단으로써 녹색프리미엄의 이용이 정체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녹색프리미엄 낙찰물량은 2021년 1441GWh, 2022년 5384GWh, 2023년 7082GWh로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2021~2022년 증가폭보다 2022~2023년 증가폭이 적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산업부는 관련 용역을 발주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녹색프리미엄 입찰 방안 개선 연구’라는 제목의 용역은 계약기간이 2023년 6~12월로 계약금액은 7300만 원(부가세 포함)이다. 녹색프리미엄 입찰 방안을 개선해 국내기업의 RE100 이행여건을 개선하고 재생에너지의 추적성을 제고한다는 목적이다.
통상 제도를 도입하면 3년 후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관례지만, 노 의원실은 예치금이 폭증하는 등 부정적인 징후가 조기에 나타났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 의원은 “구체적인 재원 사용 계획 없이 제도를 시행하다 보니 예치금만 누적되고 있다”며 “녹색프리미엄제도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위해 기업들에게 거둬들인 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