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3년차를 맞는다.
정의선 회장은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만에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로 끌어올리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속에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종자)’에서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그룹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3년새 영업이익 4배 이상 ‘껑충’...토요타·폭스바겐과 3강 구축
‘정의선호’는 지난 3년 동안 대형 자동차 그룹 중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기록했다.
정의선호 출범 초기 현대차그룹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수급 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미국과 중국 등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판매 순위가 7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톱5’에서 밀리자 현대차그룹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2.7% 증가한 684만5000대를 판매하며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창립 이래 처음으로 ‘톱3’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에도 366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순위를 지켰다.
양적 성장 만큼이나 수익성 개선도 눈에 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17조530억원으로, 정 회장이 취임한 2020년 당시 기록한 4조4612억원의 4배를 훌쩍 넘겼다. 현대차·기아는 올 2분기에도 영업익 7조 641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품질과 상표가치 등으로 대변되는 질적 성장에서도 정의선호의 성과는 뚜렷했다.
2015년 정의선 당시 부회장이 론칭을 주도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 8월 글로벌 누적 판매대수 100만대를 돌파하며 럭셔리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J.D.파워 등 글로벌 조사업체들의 품질 조사에서도 다수의 1위를 차지하며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로만 승부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 확대 전략 본격화
정의선 회장은 평소 "모든 업체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며 미래 친환경차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를 통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개한 뒤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E-GMP 기반 전기차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부터 아이오닉5와 EV6, 아이오닉6 등이 세계 올해의 차(WCOTY), 북미 올해의 차(NACOTY), 유럽 올해의 차(ECOTY)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2년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움직이는 연구소’ 롤링랩 2대는 정의선 회장의 전동화 전략을 보여주는 예다. 롤링랩 RN22e는 고성능 ‘N’ 브랜드의 첫번째 E-GMP 기반 전기차로, 올 하반기 출시된 아이오닉 5 N의 기반이 됐다. 여기에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Vision 74는 향후 전기차 시대를 넘어 더 먼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고성능차 개발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를 드러낸다.
◇SDV·PBV·로보틱스…’혁신가’ 정의선의 당면 과제는
정의선 회장은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이동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목적 기반 차량(PBV),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수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게임체인저’로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중 SDV는 정의선 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 중 하나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자동차에 탑재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새로운 기능을 이용하거나 최신의 상태를 유지하고, 개인 맞춤식 차량으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주도 아래 2025년까지 ‘전 차종의 SDV화(化)’를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로보틱스와 관련 정 회장의 행보도 산업계 주목을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정 회장 사재 2490억원을 포함한 1조원을 투입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 로봇 기술 초격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레벨4 자율주행차 기반 ‘로보 셔틀’이나 ‘로보 택시’ 등의 상용화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5 기반의 무인 로보택시 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불리는 UAM과 관련 현대차그룹은 2020년 설립한 슈퍼널을 통해 2028년 미국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2030년 이후 지역간 항공모빌리티(RAM) 기체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산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당면 과제로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 중국시장 재도약, 기업문화 혁신 등을 꼽는다.
현대차그룹의 SW 파워는 자동차 업계에선 높은 수준이지만, 정 회장이 천명한대로 ‘IT기업과 경쟁한다’고 할 정도로 최상위권은 아니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여기에 ‘전동화’에 승부수를 건 정 회장에게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최근 부진은 뼈 아픈 대목이다. ‘노-노 갈등’으로 대변되는 조직 내 세대갈등 문제, 각국 비관세 장벽에 대응하는 생산 및 판매 최적화 등에 대해 정 회장이 내놓을 해법에도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