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정책위의장으로 이개호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을 임명했다. 당 지도부는 당의 통합을 위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충청과 호남을 두루 안배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명계가 줄곧 반대해 온 친명계 박 전 구청장을 임명한 만큼 비명계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 민주당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 위한 인사”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공지를 통해 이 같은 인선 결과를 전하며 “충청 출신 박정현 최고위원과 호남 출신 이개호 정책위의장 인선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고 밝혔다.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은 지난달 비명계 송갑석 전 최고위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사의를 표명해 공석이 되면서 다시 하게 됐다. 정책위의장 자리는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며 사의를 표명해 비어 있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에 임명된 박 전 구청장에 대해 “대전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졸업한 대표적인 충청 여성 정치인”이라며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펼쳤고,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여성의 정치참여에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정책위의장에 임명된 이 의원에 대해서는 “당내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역임했다”며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두루 근무한 경험과 당 정책위 정조위원장을 두 번 지낸 경력으로 총선 정책 공약을 만들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임 지도부 인사에 대해 “유능한 분들”이라며 “역할을 잘 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 사진=박정현 페이스북 캡쳐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 사진=박정현 페이스북 캡쳐

◇ ‘통합 인선 맞나’ 지적에 "‘친낙’ 이개호도 임명한 ‘탕평’ 인사”
박정현,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에 “분노” 글 올려

하지만 당내에선 “통합을 강조한 인선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박 전 구청장이 친명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앞서 비명계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 전 구청장이 내정됐다고 알려지자 줄곧 인선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박 전 구청장 임명은 현재 친명 일색인 지도부의 계파 쏠림을 강화하고, 비명계 총선 공천 배제 작업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전 구청장은 비명계인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대전 대덕구)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책위의장에는 친낙(친이낙연)계인 이 의원을 임명해 두 지역에 서로 다른 계파를 한 자리씩 골고루 안배했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인선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했다”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탕평, 통합형 인선이라고 보는 게 조금 더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도 같은 지적을 하는 기자들에게 “글쎄, 그 분(신임 박 최고위원)이 왜 비판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 분이 친명인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선이 어떤 측면에서 통합을 강조한 인사인지 묻는 질문엔 “그건 여러분이 해석해 달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명인지 모르겠다'는 이 대표의 말과 달리 박 전 구청장은 지난달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망연자실했고 분노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

사진=박정현 페이스북 캡쳐
사진=박정현 페이스북 캡쳐

‘공천 학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 박영순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통해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우리 당 당헌에 규정된 당 대표의 고유권한인 만큼 이를 존중한다”며 “또 충청 출신 인사가 당 지도부에 합류하게 된 점에 대해서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번 인사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것이라는 이 대표의 설명이 있었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그 이상의 어떤 정치적 의미도 부여되어선 안 될 것”이라며 “박 최고위원은 당내 통합과 당 지도부에 대전·충청의 목소리를 전달해 달라는 이 대표의 깊은 뜻을 헤아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