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호두까기인형 역할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
드로셀마이어는 신비로운 안내자 역할도 겸해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마리 김별’과 ‘왕자 양준영’ 뉴커플이 올해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서울 공연에 데뷔한다. 모두 7쌍의 커플이 마리와 왕자로 변신해 크리스마스의 낭만을 선사하는 가운데, 두 사람은 당당하게 주역을 꿰찼다.
2000년 초연 이후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해온 ‘호두까기인형’은 올해도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듯 티켓 오픈 약 30분 만에 전 회차 솔드아웃을 기록하며 겨울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의 저력을 보여줬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독일 작가 E.T.A. 호프만의 원작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을 각색해 제작된 발레 작품으로, 1892년 초연 이후 130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겨울 시즌의 클래식이다.
‘호두까기인형’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만큼 다양한 안무가들이 자신만의 버전을 탄생시켜왔고, 그 중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발레의 화려함과 서사가 돋보이는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을 통해 차이콥스키 음악의 웅장한 선율과 어우러진 장엄하면서도 서정적인 ‘호두까기인형’을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은 크리스마스 이브 밤, 소녀 마리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을 만나 크리스마스 랜드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리와 왕자의 여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각 나라의 인형들이 선보이는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상관없이 단순 유희 목적으로 삽입되는 화려한 춤), 눈송이 요정들의 춤과 꽃의 왈츠 등은 마리의 꿈속 모험을 함께 하는 관객에게 환상적이고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 호두까기인형 역할은 목각인형 아닌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다른 버전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점이 있다. 먼저, 호두까기인형 역할을 목각인형이 아닌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한다는 점이다. 이 역할은 매년 국립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 학생들 중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며, 이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를 꿈꾸는 어린 무용수들에게 소중한 기회이자 그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 또한 호두까기인형은 어린 무용수에서 호두 병정으로, 그리고 다시 왕자로 3단 변신하며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구현된다.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드로셀마이어 역시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에서는 타 버전에서 마리의 대부로서 평면적으로 묘사된 것과 달리, 극 전체의 신비로운 안내자로 등장한다. 이러한 해석은 작품 전체를 더욱 유연하게 이끌며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 마리와 왕자로 변신한 7쌍의 커플이 그리는 아름다운 겨울 동화
이번 ‘호두까기인형’에는 총 7쌍의 커플이 마리와 왕자로 변신해 크리스마스의 동화를 그려 나간다. 꿈 속 모험을 하는 소녀 마리 역에는 수석무용수 박예은과 최근 국립발레단의 주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는 조연재와 심현희, 떠오르는 차세대 스타 무용수 곽화경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신만의 마리를 보여줄 정은지가 캐스팅됐다.
이와 함께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이재우, 김기완, 허서명을 비롯해 차세대 스타 하지석, 떠오르는 신예 무용수 곽동현이 마리와 사랑의 맹세를 나누는 왕자 역으로 출연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두 명의 주역 데뷔가 기다리고 있다. 먼저 올해 ‘돈키호테’ ‘해설이 있는 전막발레 돈키호테’로 자신만의 키트리(선술집 주인의 딸로 설정된 주인공)를 표현한 김별이 마리로 데뷔해 새롭게 관객을 만난다. 또한 작년 대구 ‘호두까기인형’에서 왕자로 데뷔했던 양준영이 이번에는 서울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 차이콥스키 음악과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의 만남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원작 동화의 서사와 차이콥스키 음악의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연말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합창단의 허밍을 가미해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랜드를 표현한 1막 눈송이 춤 장면과 첼레스타를 사용해 맑은 느낌을 표현한 2막 마리의 솔로 장면은 아름다운 음악과 춤이 어우러져 황홀함을 극대화하는 장면 중 하나다.
그중 흩날리는 눈송이를 표현한 1막의 피날레 눈송이 춤은 마리와 왕자가 그 사이를 뛰노는 모습과 어우러져 어린 시절 눈밭에서 뛰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5개국(스페인,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의 민속춤과 민속 음악적 특징을 가미한 인형들의 디베르티스망은 크리스마스 랜드로 향하는 여정을 한층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이와 더불어 32명의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2막 꽃의 왈츠는 1막 눈송이 춤과 함께 대규모의 군무를 통해 유리 그리고로비치 특유의 대칭적이고 장엄한 구성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마리와 왕자가 함께 선보이는 2인무(그랑 파드되)는 극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한다. 제임스 터글과 이병욱이 번갈아 지휘하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예술의전당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은 12월 14일(토)부터 25일(수)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