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주식 전환되면 기발행주식수 훌쩍 넘어 오버행 우려
CB·유증 발행가액 현주가 2분의 1 수준 그쳐 일부는 대박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최근 코스피 상장사 성안이 베트남 희토류 제련 및 관련 설비 투자를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에 따른 주가 조정의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3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성안은 지난해 9월 대호테크놀로지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사업 다각화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해 희토류 제련 및 유통사업에 진출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관련 사업을 목적에 추가했다.
이를 위해 성안은 올해 상반기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2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반기에도 약 800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추가 유치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베트남 생산설비 건립과 원재료 매입 등 등 희토류 사업 분야의 개척 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이처럼 성안이 희토류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데는 최근 주사업인 섬유제조사업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데 있다. 성안은 2016년부터 영업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별도 기준 31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기존 최대주주도 경영권을 매각했다.
◇ 12월 250억원 CB 발행 예정…기발행주식 대비 잠재물량 100% 넘어
하지만 성안의 잇따른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일반투자자의 불안은 커진 상황이다. 막대한 투자금 유치에 따라 향후 쏟아질 잠재물량을 우려해서다.
성안은 지난 1월 8억원 규모의 4회차 CB발행을 시작으로, 올해만 5차례 CB를 발행해 28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또한 오는 12월 15일 그동안 납입안된 250억원 규모의 2회차 CB를 추가 발행할 예정이다.
유상증자도 올해에만 3차례 진행해 1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오는 11월 24일에도 제3자 배정 유증을 진행해 타임파트1조합로부터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다. 또한 내달 2일 납입 예정인 300억원 규모의 1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도 있다.
만약 예정대로 모두 납입 완료될 경우 올해에만 103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물량은 주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 현재까지 5차례 발행된 CB의 경우 내년부터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이들의 잠재물량은 3320만2767주다. 기발행주식(6735만1047주)의 약 50%에 달하는 물량이다. 2회차 CB도 예정대로 발행될 경우 CB 잠재물량은 6797만3281주로 늘어나며 현재 기발행주식수를 넘는다.
여기에 신주인수권 행사 가능한 BW도 내달 발행될 예정이다. 이 물량도 4172만4617주나 된다. 같은 달 100억원의 유상증자가 발행되면 유통주식수는 1042만7528주가 더 늘어나게 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CB의 주식 전환과 유상증자로 인한 유통주식수가 증가하게 되면, 그만큼 주식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조정될 우려가 크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대규모 투자로 단기간 주가 반등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유통 주식물량의 증가로 인한 하락 압박이 커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 CB·유증 투자자 수백억원 평가차익 누려
또한 기존 유통주식과 달리 CB와 유증의 경우 할인율이 크다. 따라서 여기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들만 막대한 차익을 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5차례 발행된 CB의 전환가액은 719원에서 1094원이다. 최저 조정가액은 500원에서 766원이다. 30일 종가 기준 성안의 주가는 2150원으로, 현재 주가상태만 내년까지 유지된다면 CB 투자자의 경우 막대한 평가차익을 누릴 수 있다.
예컨대 올해 5차례 진행된 CB물량이 내년에 모두 전환될 경우 현재의 주가와 비교하면 , 약 429억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3차례 진행된 유증 역시 신주발행가액은 853원에서 975원이다. 유증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현재까지 매각하지 않고 있었다면, 약 126억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올해 12월 발행예정인 2회차 CB 역시 전환가액은 719원이며, 최저조정가액은 503원이다. 내달 발행예정인 유증과 BW의 신주발행가격과 행사가액도 959원과 719원으로, 현 주가가 유지된다면 막대한 평가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안 관계자는 “최근 여러 투자자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지난 8월 진행됐던 1회차 CB의 경우 20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