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빅벤 앞을 지나는 'LG 엑스포 버스'. 사진=LG
영국 런던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빅벤 앞을 지나는 'LG 엑스포 버스'. 사진=LG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지구 197바퀴. 그동안 주요 그룹의 총수와 경영진이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이동한 거리다. 재계의 발걸음은 국제박람회기구(BIE)가 개최지 선정 투표를 하는 11월28일까지 계속된다.

1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BIE의 투표에 참여하는 회원국은 182개국이다. 이들 국가를 상대로 국내 경제단체와 12개 국내 주요 대기업은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업 연관성이 있는 국가에 찾아가 홍보 활동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우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활약이 눈에 띈다. 부산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약 70만㎞를 이동하며 활발한 유치 활동을 벌였다. 지구 17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최근 최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요새는 땅에서보다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적었다.

지난 6월에는 아킬레스건 부상에도 목발을 짚고 4차 프레젠테이션(PT)이 진행된 BIE 총회에 참석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11월에도 유치 활동은 계속된다. 최 회장은 중남미, 유럽 등 세계 곳곳에 SK 경영진을 보내 유치전을 벌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 지난해 복권 뒤 첫 해외 공식 출장이었던 중남미 출장에서 멕시코·파나마 대통령 등을 면담해 부산엑스포 지지를 부탁하는 등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유치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그룹 전체를 동원해 부산의 엑스포 유치 열기를 알리고 있기도 하다. 파리와 런던, 뉴욕 등 글로벌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에선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옥외광고를 실었다. 프랑스법인 홈페이지와 SNS 채널에서도 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은 영상을 상영 중이다. 지난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의 IT·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선 부산엑스포 특별관을 만들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발걸음도 활발하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아프리카 및 카리브해, 태평양 연안 주요국 주미대사 초청 행사에 참석해 부산의 경쟁력을 소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현대차·기아의 유럽 생산거점이 위치한 체코와 슬로바키아를 방문해 양국 총리에게 유치 활동을 펼쳤다.

현대차그룹은 20여 개국의 고위급 주요 인사들을 해외 현지 방문과 방한 인사 면담 등을 통해 40여회 이상 접촉했다. 또한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 ‘EV6’ 등으로 ‘엑스포 아트카’를 특별 제작해 세계 주요 도시와 국내를 누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의 생산기지가 있는 폴란드를 찾아 총리를 예방하고 지지를 요청했다.

LG는 BIE 회원국 대사들이 주로 거주하는 런던, 파리, 브뤼셀 등에서 ‘엑스포 버스’를 운영하며 거리 홍보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하루 5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프랑스 파리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 앞에 8m 높이의 트롬 워시타워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광고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들 4대 그룹 회장들을 비롯해 재계 총수들은 11월 중 개최지 결정에 앞서 프랑스 파리에 집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2020년 12월 정부가 엑스포 유치 의향을 공식 표명한 지 3년이 돼 간다”면서 “마지막 결실을 맺기 위해 표심 잡기는 끝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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