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11월부터 재계에선 연말 인사가 단행된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고유가‧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경기 반등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을 타개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적 악화로 강도 높은 신상필벌(信賞必罰) 기조가 예상되는 기업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2월 초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투톱’ 체제 유지 여부다.

경계현 사장의 경우, 올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2조원을 넘기자 일찌감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재용 회장의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신상필벌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회사다. 경 사장의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지난 10월 최태원 회장의 입에서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라는 단어가 나온 SK그룹에는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8조원을 기록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하다. 다만 반도체 업황 불안은 하이닉스만의 문제가 아닌데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박 부회장이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나온다.

SK의 인사는 그룹 차원에서 유치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세계박람회(엑스포)의 개최지 발표(11월28일) 이후에 실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반면 호실적을 낸 그룹들은 인사에서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신기록을 세웠다. 심지어 현대차는 역대 3분기 중 최고 성적인 3조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찍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으로선 지난해 단행한 인사를 바꿀 이유가 없다.

물론 기존의 완성차 사업 이외에 전기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신사업 분야에서는 일부 조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의 인사 발표는 12월 중으로 예상된다.

LG그룹 역시 실적 호조를 보인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권봉석 (주)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3인 체제를 유지하는 인사에 무게가 실린다.

이목을 끄는 인물은 권영수 부회장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권 부회장의 거취를 두고 재계에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차기 수장을 선출하는 포스코에 회장 부임설이 돌고 있는 것.

다만 권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배터리 영토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등 내부 신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외부 상황과 관계없이 거취에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포스코 차기 회장 하마평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된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LG는 이달 마지막 주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실적에 따른 일부 변동이 예상되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명분 없는 임원 교체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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