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SK온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적자폭을 줄이고 흑자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돼온 자금력 확충과 고객사 다변화에도 잰걸음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3분기 매출 3조17127억원, 영업손실 86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2분기 각각 3447억원, 1315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전신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다.
영업손실 축소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확대가 주효했다. 3분기 AMPC 반영 금액은 2099억원으로 지난 1·2분기 합산 기준 1670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손실의 주된 원인으로는 판매가 하락과 고가 메탈 투입에 따른 ‘역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후 실적까지의 시차 영향)’가 꼽힌다. 4분기 이후에도 역래깅 효과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적자폭이 줄었지만 AMPC 혜택분을 제외하면 영업손실 규모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향후 미국 공장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수율도 안정화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4분기 이후 AMPC 수혜가 더 증대되고 흑자전환 시점이 당겨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 단독 공장 2곳을 가동하고 있으며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주에 2개, 테네시주에 1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도 조지아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들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 이후 SK온은 북미에서만 180GWh이상의 배터리 생산 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 4분기는 해외 신규 공장의 생산성 향상 지속과 비용 절감 노력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전망된다”며 “(연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도 “SK온의 (4분기)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전체 SKBA 라인 중 포드향 비중이 70%에 달하기에 폭스바겐 ID.4의 판매 부진에도 불구 SKBA의 전체 가동률·출하량, AMPC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론적 가동률 75%를 가정해 AMPC를 2400억원으로 추정했다”며 “SK온의 가동률 상승과 실적 개선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SK온의 4분기 영업손실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지만 종합적으로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최근의 우려에 대해 김경훈 SK온 CFO는 “수주 진행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라인 운영 최적화, 효율적인 재고 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수요 변동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 확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유치를 통해 당초 목표였던 4조원을 20%가량 초과 달성한 약 4조8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총 2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그린본드)을 발행했다.
지난 1일에는 NH농협은행과 금융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향후 3년 동안 최대 1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받기로 했다. SK온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각지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사업 고도화와 수익성 개선 활동 등에 재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의 올해 3분기 기준 현금자산 규모는 13조519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조5799억원 늘었으며 자산은 80조1082억원으로 12조8893억원 증가했다. 기존에는 경쟁사 대비 자금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 같은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현대차, 폭스바겐, 포드 등 완성차 기업에 배터리르 공급하고 있는 SK온은 고객사 다변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 6일 SK온은 폴스타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 2025년부터 ‘폴스타 5’ 전기차에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다. 고성능 전기차를 표방하는 만큼 SK온의 고성능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채택한 것. SK그룹은 앞서 2021년 ‘뉴모빌리티 펀드’를 통해 폴스타에 투자를 단행하고 전기차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한편 올해 1~8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SK온의 시장 점유율(SNE리서치 집계 기준)은 10.9%로 4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