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청약 경쟁률 70대1, 증거금 3조6000억원
CEO리스크·2차전지 업황 부진 등 악재 이어져
'공모가 자체 고평가' 첫날 단타 실현 쉽지 않아
[데일리한국 김영문 인턴기자] 올해 마지막 IPO(기업공개) 대어로 꼽혔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공모주 청약이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 기관투자자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이 상장 첫날 단타를 위해 그나마 몰린 것으로 보이나 단타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17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 예정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과 9일 진행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공모주 청약 결과 경쟁률은 70.04대1을 기록했으며 청약 증거금은 3조6705억원이 몰렸다. 최근 진행한 공모주 대비 매우 낮은 경쟁률과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그룹임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이런 흥행 실패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된 수요예측 결과에서 미리 나타났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수요예측에서 17.2대1의 기관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IPO 대어급으로 꼽혔던 두산로보틱스는 272대1을 기록하며 33조원을 끌어 모았으며,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도 이처럼 낮은 수치를 기록하진 않았다.
흥행 참패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최종 공모가를 희망범위 밴드(3만6200원~4만4000원) 최하단인 3만6200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상장 시가총액은 확정 공모가 기준 2조3698억원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고평가 논란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이미 하향 조정했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달 12일 정정공시를 통해 EV/EBITDA 거래배수와 주당 평가가액을 낮추면서 밴드 상단가를 기존 4만6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내렸다. 증권 신고서 제출 시 비교 기업으로 제시했던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의 주가가 하락해 이를 반영한 것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IPO 여정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직전까지도 2차전지는 호황을 누렸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모두 7월과 8월에 역대 최고가를 찍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9월25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2차전지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전방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2차전지 시장도 위축됐으며 원재료 가격이 크게 떨어져 마진이 축소됐다. 지난 7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공시를 통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감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CEO 리스크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발목을 잡았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지난 8월 미공개정보로 부당이득을 챙겨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이 전회장이 수감중인 상황에서 이 전회장의 지분 중 3000주 가량이 매각됐는데 이 전 회장은 해킹에 의한 매각이라고 발표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러한 악재로 인해 에코프로 관련 종목들이 8월 이후 하락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흥행 부진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청약 개시에 임박해 반전을 기대할 만한 요소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5일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수혜를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발표 이후 첫날(6일) 2차전지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후 대부분 급락했다.
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측은 공모주 흥행 성공을 위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사전에 차단했다. 최대주주인 에코프로가 법적 의무인 보호예수 기간 6개월을 훨씬 넘긴 2년6개월로 설정했으며 재무적 투자자 역시 투자금 회수를 미루고 6개월의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했다.
오버행 우려 차단과 공매도 금지에 따른 기대심리가 더해져 그나마 경쟁률을 70대 1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는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단타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는 실현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이전에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한 때보다 비교 기업의 주가가 더욱 떨어져 최종 공모가도 고평가된 상태다"라며 "상장일인 오는 17일까지 2차전지 관련 업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따상은 물론 강세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