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발표 후 이틀새 매수·매도 사이드카 발동
"업황 부진까지 뒤집긴 힘들어" 2차 후폭풍 가능성 낮아

지난 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 넘게 하락해 2440대로 내려섰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 넘게 하락해 2440대로 내려섰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인턴기자] 공매도 전면 금지 발표에 따른 효과는 1일 천하로 마무리됐다. 이번 발표가 공매도의 중심에 섰던 2차전지의 부진한 업황까지 뒤집지는 못한 모양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 발표 직후인 6일 2500선까지 오른 코스피지수는 2421로 주저앉았다. 아울러 2차전지 종목들도 6일 급등한 뒤 7~8일 대부분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5일 브리핑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금융위는 최근 글로벌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 적발에 이어 추가 불법 정황을 발견하는 등 불법 공매도가 증권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공매도 금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공매도 전면 금지 발표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발표 직후인 6일 개장 1시간도 안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는 전일 대비 코스닥150 선물 6% 이상 상승 및 코스닥150 지수 3% 이상 상승한 상태로 1분간 지속돼야 한다. 이날 코스닥150 지수는 무려 7% 이상 상승했다.

시장은 2차전지주가 주도했는데 이는 예상된 흐름이었다. 지난 1일 기준 공매도 잔고금액 1~3위는 모두 2차전지주였다.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무려 1조3196원에 달했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로 상위 3종목 모두 2차전지주가 차지했다. 1위인 에코프로는 1조9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2차전지 종목들은 내내 공매도에 시달려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차전지주가 전반적으로 고평가 됐다고 판단해 공매도를 해왔고 이에 따른 충격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이 떠안았다. 특히 지난 7월 에코프로비엠과 LS일렉트릭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하루동안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과 전면전을 나서 '숏 스퀴즈'를 얻어내기도 했다.

숏 스퀴즈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가가 상승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숏 커버링)함으로써 주가가 더욱 오르는 현상이다. 개인투자자들과 공매도 세력간의 힘겨루기 덕분에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일부 2차전지 종목들은 7월에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업계는 6일 주가 급등 역시 숏 스퀴즈 현상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매도 전면 금지에 따른 기대 심리에 의해 개인 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대한 빨리 숏 커버링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7050억원어치, 코스닥시장에서는 4850억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에 따른 2차전지의 약진은 딱 하루까지였다. 7일 매도 사이드카 발동과 함께 시장은 진정세에 들었다. 6일 일제히 오른 2차전지 종목들은 상승분을 반납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POSCO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10% 넘게 하락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엘앤에프가 무려 15% 이상 하락했다.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에코프로 역시 하루를 더 이어간 정도였다. 에코프로는 다른 2차전지주와는 달리 이틀째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다. 7일 에코프로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3% 감소한 65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으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이후 8일 주가는 전날 대비 14% 넘게 떨어졌다.

업계는 공매도 금지에 따른 여파가 이정도 선에 그친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조치임은 분명하지만 업황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며 "공매도의 중심에 섰던 2차전지 업황 전반의 상황이 안좋아 공매도 금지에 따른 여파가 숏 스퀴즈에 그쳤으나 만약 2차전지가 호황이었다면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올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당분간 2차전지 관련 호재는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라며 "호재 발생 시 공매도가 불가능해 주가가 급등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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