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 이미 산 사장님들…"비용 손실 커"
대량 생산 들어간 종이 빨대 업체들도 당혹

정부의 일회용품 제공 금지 규제 철회 발표 후지만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여전히 매장컵과 종이 빨대를 이용해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천소진 기자 
정부의 일회용품 제공 금지 규제 철회 발표 후지만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여전히 매장컵과 종이 빨대를 이용해 음료를 마시고 있다. 사진=천소진 기자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기존에 있던 플라스틱 제품들 다 폐기하고 비싼 돈 주면서 종이 빨대랑 다 주문했는데 갑자기 없던 일로 한다고 하니까 썩 좋지만은 않네요. 이러다가 얼마 안 가서 또 다시 규제한다고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번에 발표한 것도 ‘무기한 유예’라면서 명확하게 말을 안 하니까...”

정부가 이달 말 본격 시행하기로 했던 일회용품 제공 금지 규제를 무기한 유예하기로 하면서 곳곳에서 혼란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환영하는 입장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비용 손실을 감내하며 준비했으나 정책 시행을 코앞에 두고 전면 뒤집은 발표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10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식품접객업 등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조처에 대해서도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11월24일 시행된 일회용품 추가 규제 중 일부로, 1년의 계도기간이 부여돼 단속과 위반 시 최대 300만원 이하인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지 않았다.

종이 빨대. 사진=연합뉴스
종이 빨대.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정부 발표 후 기자가 체감한 카페업체들의 분위기는 의외로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듯했다.

정책 시행을 앞두고 기존 플라스틱 제품을 모두 폐기한 것과 더 비싼 돈을 주고 산 종이 빨대에 대한 비용 손실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2배 이상은 비싼데도 고객들은 종이 빨대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돈은 돈대로, 불만은 불만대로 들었어도 정책을 따르려고 했는데 ‘아니면 말고’ 식으로 다시 바꿔버리니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B씨도 “계도 기간 때부터 종이 빨대를 사용하면서 지출 비용이 더 커진 건 사실”이라며 “마음을 놓을 수도 없는 게 또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규제한다고 할까 봐 플라스틱도 종이도 쟁여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책 철회에 종이 빨대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생산량까지 대폭 늘린 와중에 납품 문의는 뚝 떨어져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기존에 납품했던 제품들에 대한 취소 문의까지 빗발치면서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정부는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 품질 개선과 가격 안정화와 관련해 “업계와 논의할 계획”이라는 추상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소상공인에게 다회용품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역시 관계부처와 협업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철회 발표인 만큼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당장 정책 시행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에 대한 홍보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신속한 대안 마련 및 자영업자와 바뀐 정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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