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윤 대통령의 입에 금융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권이 다시 한번 떠들썩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한 날 선 발언들을 쏟아내서다. 윤 대통령의 '종노릇' '독과점 갑질' 등의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은행권을 향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등 떠밀리듯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관치금융의 단면을 보여준다. 금융에 관치를 빼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가운데 혹자는 관치금융에도 급이 있다고 한다. 관치금융에 대한 시각을 선과 악의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나누어 보지 말고, 급으로도 봐야 한다는 말이다.
관치금융이 올바른지 않은지를 따져 묻기 전에, 현재의 관치금융 행태를 보면 눈살이 찌뿌려진다. 관치금융의 수준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해서다.
현재의 관치금융은 정당성의 논리가 부족하다. 우선 '금리'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원인을 은행에게 찾으며 대출을 줄이라고 호통쳤다.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올 초 금리를 낮췄던 은행들은, 이같은 호통에 부랴부랴 금리를 다시 높이며 대출 규모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금융당국이 다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자 은행들은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 시중금리가 윤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의 말 한마디로 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들과 국민들은 시중 금리 방향성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금융당국이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어긋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시중금리를 낮추라고 하고 있다.
이같은 관치금융의 부작용은 튀르키예를 보면 알 수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고금리가 오히려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라고 발언하자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며 시중에 돈을 풀었다. 하지만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결국 금리 인하를 중단했다. 금리 인하로 리라화(튀르키예 화폐) 가치가 폭락하자 물가가 치솟아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금리는 국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금리의 방향성에 따라 물가 지표가 달라진다. 국민들은 금리의 흐름에 따라 가계의 경제 계획을 세우고 집을 살지, 팔지도 정한다.
특히 오락가락한 가계대출 정책도 문제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특례보금자리론, 3%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상품들이 가계대출을 끌어 올린 주범으로 본다. 오히려 정부가 가계 대출을 독려한 셈인데, 가계대출의 원인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 이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1년도 안되는 사이에 대출을 풀었다 조였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은행 산업 발전에 관치금융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올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과 해외를 종횡무진 다니며 'K금융'을 알렸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주사, 은행들도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해외에서 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관치에 짓눌려 경쟁력 있는 은행 산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있어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은행들의 경영 스탠스가 변한다. 은행주가 시장에서 저평가 받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관치라는 인식은 자리잡은지 오래다.
금융 정책을 과도하게 표심잡기로 이용하는 '선거용 관치금융'이 아닌 수준 높은 관치금융이라도 바란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성장과 국민들의 경제 시름을 달래줄 금융 정책이 펼쳐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