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24일 롯데콘서트홀서 공연
1부에선 하이든 ‘옥스퍼드 교향곡’ 연주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이 세 번째 정기공연에서 하이든 교향곡 92번 ‘옥스퍼드’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공연의 메인 레퍼토리인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은 작품의 구도와 규모의 장대함이 베토벤 5번 ‘운명 교향곡’에 비견돼 ‘쇼스타코비치의 운명 교향곡’으로 불린다.
연주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다. 화려한 선율과 강렬한 음색으로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쇼스타코비치 작품에 대한 얍 판 츠베덴의 새로운 해석이 기대된다.
서울시향은 오는 11월 23일(목)과 24일(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개최한다.
1부는 하이든 교향곡 92번 ‘옥스퍼드’로 시작한다. 1789년 프랑스 도니 백작이 의뢰한 세 편의 교향곡 중 하나로, 1791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명예 음악박사 학위를 받은 하이든이 직접 이 곡을 지휘했다고 해서 그 후로 ‘옥스퍼드 교향곡’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독일의 음악학자 헤르만 크레츠슈마가 ‘하이든의 에로이카(영웅 교향곡)’로 지목할 만큼 양식적·구조적으로 훌륭할 뿐 아니라 당대의 갤런트 양식에 옛 양식인 복잡한 대위법을 결합시켜 교향곡의 새로운 장을 열어놓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래 클라리넷이 제외된 2관 편성이었으나, 트럼펫과 팀파니가 추가돼 지금과 같은 편성을 갖추게 됐다. 하이든이 추구해 오던 형식적 통일성 위에서 잘 다듬은 악상과 유기적 음악 흐름, 오케스트라의 충만한 울림이 묵직한 중량감을 준다.
이어지는 2부는 쇼스타코비치 최고의 걸작이라 손꼽히는 5번 교향곡으로 꾸민다.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15개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명료하고 뚜렷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가혹한 시련에 대한 저항, 투쟁을 통한 극복, 그리고 승리의 쟁취라는 작품의 구도와 규모의 장대함 때문에 ‘쇼스타코비치의 운명 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스탈린 체제하에서 소련 전국이 대숙청의 공포에 떨던 1937년, 쇼스타코비치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요구를 수용해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창조적 답변’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작품으로 ‘소비에트 혁명 20주년 기념일’에 초연됐다. 쇼스타코비치는 “곡의 피날레는 비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성을 의미한다”라는 공개적 설명을 덧붙였다.
교향곡 5번은 화려한 금관, 유려한 목관, 섬세한 현악, 강렬한 음색의 타악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연주 난이도가 높은 곡이다. 웅혼한 악상과 인간 내면의 깊은 곳을 파고드는 쇼스타코비치의 걸작에 대한 얍 판 츠베덴의 새로운 해석이 기대된다.
◇ 세계적 호르니스트 야스퍼 드 발 지휘·연주하는 실내악 공연
얍 판 츠베덴의 세 번째 정기공연에 앞서 서울시향은 18일(토) 오후 5시 세종체임버홀에서 세계적 호르니스트 야스퍼 드 발과 함께 실내악 정기공연 ‘2023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Ⅳ : 관악 앙상블’을 개최한다.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야스퍼 드 발은 10년 만에 실내악 정기공연의 지휘봉을 다시 잡으며, 서울시향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공연의 서막을 여는 곡은 베토벤의 ‘론디노’다. 이 곡은 베토벤 초기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375번과 388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보에 2대, 클라리넷 2대, 바순 2대, 호른 2대로 편성된 관악 팔중주 작품이다. 원래 명칭은 ‘관악 팔중주를 위한 론도’지만 ‘론디노’라는 별칭으로 널리 쓰인다. 전반적으로 활기찬 ‘팔중주’와는 대조적으로 ‘론디노’는 더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을 준다. 호른이 주도하는 폭넓고 푸근한 선율로 시작해 관악기들의 독특한 음색이 조화를 이루며 아주 부드럽고 아련하게 사라져가는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이어 연주되는 드보르자크의 관악 세레나데는 드보르자크가 최고 전성기 시절 2주 만에 작곡한 작품으로 2대의 오보에, 2대의 클라리넷, 바순·콘트라바순과 같은 목관악기에 3대의 호른이 추가되면서 작품에 풍부한 음량을 채운다. 원래는 관악기로만 편성돼 있었지만 작곡가가 저음역을 보강할 목적으로 첼로와 더블베이스 파트를 추가하면서 독특한 편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 곡은 행진곡풍의 1악장으로 시작해 우아한 미뉴에트 선율의 2악장, 다분히 목가풍인 3악장으로 이어진다. 4악장은 일종의 론도로 슬라브 민속춤 리듬을 사용해 경쾌하고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한다.
마지막으로 브람스의 호른 삼중주를 연주하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곡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호른이라는 독특한 편성으로 브람스가 남긴 열일곱 곡의 실내악 작품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브람스는 이 곡을 내추럴 호른의 일종인 발트호른을 위해 썼으며, 발트호른 특유의 어슴푸레하고 향수에 찬 음색은 당시 브람스의 심경을 반영하면서 그에게 휴식과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자연의 느낌을 준다. 세계적인 호르니스트 야스퍼 드 발의 연주로 음색과 울림이 깊지만 정확하고 명료한 소리를 내기 어려운 호른의 진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