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도치기현(일본)=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혼다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가격과 세그먼트를 막론하고 ‘운전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리란 믿음이다. 고성능 ‘시빅 타입R’부터 패밀리카의 대명사 ‘오딧세이’까지 혼다의 라인업은 각자 성격은 다르지만 운전자를 설레게 하는 매력을 품고 있다.

자동차 애호가 중 최근 전동화 추세에 불만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어색한 움직임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인다는 고백(?)도 적잖게 듣는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근 앞다퉈 고성능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만큼이나 이러한 소비자 불만을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혼다가 최근 유럽 시장에 전기 SUV ‘e:Ny1’를 출시했다. 앞서 중국서 선보인 e:NS1과 같은 플랫폼을 쓰지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보다 보편적인 가치를 담으려 한 혼다의 시도가 느껴진 차다.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전기SUV 혼다 e:Ny1을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 소재 혼다 R&D센터에서 시승했다.

◇ 과감하면서도 세련된…혼다가 그린 전기차 디자인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 e:Ny1의 크기는 길이 4387㎜, 너비 1790㎜, 높이 1584㎜, 휠베이스 2607㎜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 격전지로 손꼽히는 B-C세그먼트에 대응한다. 혼다의 스테디셀링 소형 SUV HR-V와 비슷한 몸집이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 ‘e:N 아키텍처 F’ 덕분에 내외관 모두 제원표상 숫자 이상의 크기로 다가온다.  

신차는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18인치 휠, 널찍한 포지션 덕분에 내연기관 SUV와는 또 다른 비례감을 보여준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일체형 LED 테일램프, 그릴 중앙 패널 뒤에 숨겨둔 충전 포트 등도 미래지향적인 전기차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전면부 흰색 'H' 배지나 후면부에 배치한 새로운 폰트의 브랜드명 레터링 등도 혼다가 전동화 라인업을 위해 새롭게 준비한 요소들이다.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측면 실루엣은 최근 시장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 SUV지만 투박하지 않고 지붕선이 유려하게 흐르는 쿠페형 스타일이다. 그런데 날렵한 지붕과 달리 배가 불룩 나온 듯 아래로 처진 바닥이 신경쓰인다. 보강재로 단단히 감쌌다지만 배터리 수납부가 과속방지턱 같은 구조물에 닿을 것 같다.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 개발진 설명이지만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감성을 자극하는 엠비언트 라이트, 대시보드에 배치된 세로형 15.1인치 터치스크린,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 등은 그간 다소 올드한 이미지가 강했던 혼다 실내 디자인과 궤를 달리 한다.

특히 센터 스크린의 구성은 UX/UI에 대한 혼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혼다는 주행 중 시선을 많이 돌리지 않아도 확인 가능한 디스플레이 상단에 내비게이션과 시계,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을 배치했다. 하단엔 내연기관차를 통해 이미 운전자들에게 익숙한 에어컨과 히터 등 공조 버튼을 고정적으로 표시한다. 그 사이엔 앱이나 오디오 설정, 차량 상태 정보 등 운전자 지원 기능이 자리 잡았다. 운전자가 주행 중 자연스럽게 각 기능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 쾌적하고 어색함 없는 달리기 실력

e:Ny1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50㎾(204마력)의 전기 모터와 파워 드라이브 유닛, 변속기를 통합한 3-in-1 모터가 앞바퀴를 굴리는 구조다. 0→100㎞/h 가속시간은 7.6초,  68.8㎾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최장 412㎞(WLTP 기준)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시험주행장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전반적인 거동이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SUV 형태의 높은 차고가 주는 한계는 있지만 다양한 각도의 회전구간에서 차가 의도한 대로 잘 따라왔다. 오랜시간 고성능 전륜구동차를 선보여온 혼다의 노하우가 전기차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혼다는 원활한 조향감각을 구현하기 위해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을 탑재했다. 이는 운전자가 원하는 구동 배분을 감지해 자연스러운 선회를 돕는 시스템으로, 조향성능에 민감한 유럽 소비자들을 위해 새로 개발했다.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전기차에 불가결하지만 불편한 승차감의 요인으로 다가오는 것이 회생 제동이다. 감속 시 걸리는 힘으로 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 제동은 자칫 울컥거리는 느낌으로 특히 뒷좌석 승객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e:Ny1의 회생 제동은 다소 소극적이다. 옵션의 세부 세팅을 통해 여느 전기차와 유사한 느낌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가 완전히 서기보다 탄력 주행 거리를 늘려 충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주행 모드는 Econ과 일반, 스포츠 등 세가지다. Econ은 가속 반응과 공조 시스템을 최대한 억제해 주행 효율을 높이며, 일반은 편하게 주행할 수 있는 환경을 이끌어낸다. 스포츠는 가속 페달이 예민하게 바뀌면서 나름 역동적인 달리기를 보여준다.

◇ 한국 출시 기대되는 수작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혼다 e:Ny1. 사진=안효문 기자

'달리는 즐거움'이란 차원에서 여전히 많은 운전자들이 전기차에 바라는 것은 내연기관차와 차이가 없는 자연스러움이다. e:Ny1은 전반적인 디자인과 거동에서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자에게도 위화감이 적게 주도록 개발됐고, 그 결과는 짧은 시승에서도 확실히 전달 받을 수 있었다.

혼다는 e:Ny1의 국내 출시 여부에 '미확정'이라고 했지만, 경쟁자로 지목되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나 폭스바겐 ID.4 등과 한국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날이 내심 기대된다. 혼다는 향후 2년 후 국내에 배터리 전기차 출시 계획을 잡은 상태다. 혼다 e:Ny1의 영국 판매 가격은 4만4995파운드(한화 약 7265만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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