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어스온이 지난 21일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에서 생산한 원유를 수상∙수중 호스를 통해 유조선에 선적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어스온이 지난 21일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에서 생산한 원유를 수상∙수중 호스를 통해 유조선에 선적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1983년부터 이어진 SK그룹의 자원개발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꿈이 40년 만에 이뤄진 것.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자원개발 자회사 SK어스온은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 내 LF(Lufeng)12-3 유전에서 지난 9월 생산 시작한 원유를 유조선에 선적·출하했다. 지난 22일 기준 선적한 원유는 약 40만배럴로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약 15%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번 원유 생산 성공으로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오퍼레이터(자원개발 전문기업)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명성 SK어스온 사장 등은 17/03 광구 내 원유 생산 플랫폼과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 등을 둘러보고 SK어스온 구성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김준 부회장은 “올해는 SK이노베이션이 자원개발을 시작한 지 40년, 운영권에 참여한 지 34년이 되는 해로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역량을 키워온 저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글로벌 오퍼레이터로 도약하겠다는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꿈이 최태원 SK 회장 대에 이르러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중국 17/03 광구는 SK어스온이 운영권 사업 최초로 원유 생산에 성공한 사례다. SK어스온은 2015년 CNOOC(중국해양석유집단유한공사)와 광권 계약을 체결한 후 2018년 탐사정 시추에서 원유를 발견했다.

이후 생산 준비를 위한 유전평가, 생산 플랫폼 건설 등 개발 단계를 거쳐 지난 9월 원유 생산에 돌입했다. 17/03 광구의 일일 생산량은 원유 생산 정점 기준 약 2만9500배럴이다. SK어스온은 내년 이곳에 약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SK어스온은 최근 베트남 남동부 해상에 위치한 16-2 광구에서 원유 추가 발견에 성공했다. 2019년 베트남 15-1/05 광구 이후 4년 만이다. 산출시험(DST) 결과 첫 번째 저류층 구간에서 일 생산량 최대 약 4700배럴의 원유와 7.4MMscf(100만 표준 입방피트)의 가스 생산 산출에 성공했으며 두 번째 저류층 산출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SK어스온의 베트남 석유개발 사업은 1998년 15-1 광구의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5-1/05 광구, 15-2/17 광구, 16-2 광구를 추가로 확보했고 15-1 광구는 2003년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 PVEP와 16-2 광구 참여·운영을 위한 지분참여계약(FOA)을 체결했고 2020년 해당 광구 지분 70%를 인수하며 공식 운영권자가 됐다.

SK의 이 같은 해외 자원개발 성과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른 뚝심 있는 사업 추진의 성과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선언하고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지분 참여를 시작으로 석유개발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든 첫 사례였다.

SK어스온(당시 유공)은 첫 프로젝트와 이듬해 참여한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광구 개발 모두 실패했으나 1984년 7월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원유를 발견, 1987년 12월 하루 15만배럴의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 석유개발 사업은 큰 비용을 들여 탐사에 성공해도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 10~20년 이상 소요되고 성공 가능성은 5~10%에 불과해 그 의미가 더 컸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자원개발에 실패해도 임직원들을 문책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얀마 자원개발이다. 1989년 미얀마에서 시작한 초대형 프로젝트가 1993년 총 7447만달러를 투입하고도 철수했을 당시 그는 “우리는 장사꾼이 아니라 기업인이다. 자원개발 사업이란 본래 1~2년 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번 실패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말했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 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자원개발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전권을 맡긴 것.

최태원 회장은 2000년 페루 최대 국책 사업인 카미시아 사업에서 페루 대통령이 각 사업대표를 초청하는 자리에 “전권을 드리겠다. 100% 위임할 테니 책임감을 갖고 회사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결정을 해달라”며 당시 자원개발 사업대표를 현장에 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대외 의존도 90% 이상의 ‘에너지 취약 국가’로 꼽힌다. 석유, 광물 등 자원을 전량 수입하지만 석유 소비량은 세계 8위 수준이다. 특히 자주개발률(국내로 수입되는 전체 광물자원 대비 해외 자원개발을 통해 확보한 광물자원 양)은 2015년 16%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11%까지 지속 하락했다.

SK어스온은 1983년 민간기업 최초로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 지분 참여를 통해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든 이후 40년간 34개국에서 100여개의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축적하고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SK어스온은 8개국 10개 광구와 4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통해 일평균 약 5만7700배럴(석유환산기준)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그린사업 영역에서 석유개발을 통해 축적한 탐사기술을 기반으로 CCS(탄소 포집·저장)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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