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 리포트 매도 의견 단1건도 없어
금융당국 해결방안 영양가 없어...증권사 해결책으로 AI 선택
보다 다양한 의견 제시될 것...정성평가 가능 여부는 해결 필요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이 종목 당장 파세요. 들고 있으며 크게 깨집니다." 증권가의 고질적 문제인 매수 일색 리포트에 대한 뚜렷한 해결방안이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AI를 이용한 리포트를 대안으로 삼았다. AI 애널리스트가 향후 증권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1건도 내지 않은 국내 증권사는 30개 중 25곳에 달했다. 또 12개 증권사는 리포트 10개 중 9개에 매수 의견을 내놓았으며 DS투자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한양증권은 오직 매수 의견 리포트만 작성했다.
전체 리포트 중 중립 의견을 제시한 비율은 삼성증권이 약 19.6%로 가장 많았으며 NH투자증권 15.9%, 리딩투자증권 14.3% 순이다. 매도 의견을 내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중립 의견은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대비 매수 의견 비중은 완화된 편이다. 지난해에는 DS투자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한양증권, 리딩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6곳이 매수 의견만 내놓았다.
이러한 증권사 리포트의 매수 일색 관행은 증권사와 기업 간의 관계성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분석을 위해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데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정보 제공에서 배제될 수 있다. 또 증권사들은 법인영업이 주 수입원 중 하나기 때문에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투자 열기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애널리스트들의 매도 리포트에 주가가 떨어질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 항의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작성한 하나증권 연구원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물리적 위협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과격한 대응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위축돼 정확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피해를 보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지난 11일 한 보고서를 통해 "양질의 애널리스트 의견이 제시되기 위해서는 이를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리포트 문제를 꼬집으며 대책을 강구해왔다. 지난 2015년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 2017년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 등을 도입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2월 '2023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체계 개선 등을 통해 리서치보고서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독립리서치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독립리서치회사는 금융투자업이 아닌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되는 등 제도권 내로 편입되지는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 담당 업종 주식 매매 금지 등의 규제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 3월부터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연내 개선안 발표를 목표로 방안을 모색해왔으나 아직까지 관련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AI를 선택했다. AI 애널리스트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부담없이 매도나 중립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한국투자증권은 AI 애널리스트 한지아를 선보였다. 한지아는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들의 얼굴을 학습해 만들어졌으며 리포트를 3~4분 가량으로 축약한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AI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데 업계 최초로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 AI가 직접 보고서를 작성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KB증권은 최근 IT본부 내 '신기술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했으며 이들은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매수 일색인 현재보다 훨씬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것이다"라며 "다만 AI는 수치를 기반으로 분석할 것이 예상되는데 투자 정보에는 기업의 역사나 배경 등 고차원의 분석도 필요한 점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