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아이디어컨설팅 김희집 대표 “가격혁신 통해 자연스럽게”
고려대 주성관 교수 “한전 역마진 구조에선 새 사업모델 필요”
대한상의 박경원 SGI연구위원 “정부의 각종 기금 활용 가능”
산업부 박상희 과장 “보조금·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어려워”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분산에너지 보급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대한상의는 정부의 각종 기금을 기업에 제공하자는 입장이고, 컨설팅업계와 학계에선 전기요금 정상화와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기요금의 지역별차등요금제 도입을 예고한 산업통상자원부는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등 정부 인센티브를 주기 어렵다면서도 여지는 남겼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분산에너지법 후속 이행과제와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해 5월 25일 분산에너지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이 입법됐고 산업부는 현재 하위법령을 마련 중이다.
분산에너지법이 입법된 지 몇 개월이 지난만큼 이날 세미나는 보다 구체적인 사안을 다뤘다.
가장 주목할 점은 산업부가 분산에너지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종전 분산에너지는 △40MW 이하 발전 설비 △500MW 이하 구역전기, 집단에너지, 자가용 발전설비를 의미했다. 그런데 이번에 ‘500MW 이하’ 조항을 없애는 동시에 열에너지와 화석연료도 포함시켰다.
산업부 박상희 과장은 “수요처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해 모두 소비할 수 있다면 유연탄도 가능하다”며 “분산에너지를 지정할 때 에너지원을 차별하지 않기 때문에 소형모듈원전, 열에너지도 분산에너지의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500MW 이하라는 천장(ceiling)을 없앴다”며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하고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고 계통의 신뢰도에 영향이 없는 경우 500MW든 1GW든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에서 눈길을 끌었던 점은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하느냐였다. 기본적으로 이날 참석한 컨설팅업계와 학계, 산업부, 기업 관계자들은 지역별차등요금제 말고도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지역별차등요금제는 분산에너지법이 입법될 때 소개된 제도로 발전기가 설치된 지역의 전기요금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값싸게 전기요금을 책정한다는 내용이다.
생산된 전력의 40%를 소비하는 수도권의 경우 전력 생산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그런데 전기요금은 원전이나 화력발전소가 설치된 울진이나 고리, 영광, 태안, 보령과 같다. 그런데 원전과 석탄발전의 환경부담은 지역민이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어 논란이 발생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지역별차등요금제 도입에 별 이견이 없었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지역별차등요금제를 도입하면 수도권에 위치한 공장이나 데이터센터가 지방으로 이전할 유인책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의 컨설팅기업 엑센츄어 출신인 김희집 에너아이디어컨설팅 대표는 전력공급지역과 전력소비지역의 전기요금의 차이를 2배 이상으로 해 분산에너지 확산과 전력다소비 설비의 지방이전을 촉진해야한다는 논리를 폈다.
김 대표는 “데이터센터가 전력가격체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전력공급지와 전력수요지의 가격 차이를 10%, 20% 수준이 아닌 2배 이상 둬 시장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제안은 현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고려대 주성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력중개사업, 전기차충전서비스, 재생에너지전력저장사업 정도인 분산에너지 사업모델을 확대하자고 제의했다.
주 교수는 “한전이 전기를 비싸게 구입해 싸게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에서는 분산에너지가 확산될 수 없다”며 “기존 통합발전소(VPP) 사업 외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력공급과 수요를 유연하게 연결하는 로컬 플렉서비티 마켓,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한 사업모델, 모바일 ESS와 같은 오프그리드 서비스 등으로 다각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정부의 각종 기금을 활용해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상의 박경원 SGI 연구위원은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예산 확대와 확보가 필요하다”며 “전력산업기반기금, 기후대응기금, 자원사업기금 등의 일부가 분산에너지 확대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5조 규모의 지역구조발전기금은 기업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 박상희 과장은 일단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등 정부가 부여하는 인센티브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분산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담으려고 하는데 정부가 분산에너지에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과장은 "부족한 부분들은 추후 개정이나 보완을 통해 했으면 한다"며 여지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