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수주와 재무 개선으로 ‘뉴로템 4.0’ 전환

사진=현대로템
사진=현대로템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현대로템이 15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올해로 취임 5년 차를 맞은 이용배 사장의 내실경영 철칙이 경영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군의 주력 지상무기체계인 K2 전차가 2022년 최초로 폴란드에 수출됐고, 이집트 카이로 전동차 공급사업, 호주 퀸즐랜드 전동차 공급사업 등 새 성장동력인 방산과 주력 사업인 철도 부문에서 대규모 해외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장의 ‘글로벌 중심 경영’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로템은 2018년과 2019년 적자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었지만, 이 사장 취임이후 해외 수출 확대와 수익성 중심 경영에 힘입어 경영 정상화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이 글로벌 중심 경영을 펼치면서 현대로템의 수주 잔고는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로템의 수주 잔고는 18조1694억원으로 집계됐다. 레일솔루션(철도) 11조7466억원, 디펜스솔루션(방산) 5조6350억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쌓았다.

현대로템이 사상 최대 수주 잔고를 기록한 데는 이 사장의 글로벌 경영 능력이 주효했다. 이 사장은 현대자동차 경영관리실장과 기획조정3실장을 거쳐 현대위아의 기획·재경·경영지원·구매담당 부사장, 현대차증권 사장을 지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최고 수준의 경영관리 역량을 갖춘 것으로 인정 받았다.

이 사장은 2020년 경영난을 겪던 현대로템의 ‘구원투수’로 부임했다. 당시 현대로템은 2010년대부터 지속된 국내 철도차량 시장의 기업 간 과도한 경쟁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었다. 

그는 취임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비핵심 종속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그룹사에 의왕연구소 내 부지와 건물을 878억원에 정리했다. 또 기존 보유 부동산의 가격을 재평가하는 등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으며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 구조를 개선했다.

이 사장은 이사회가 참여하는 투명수주심의위원회를 설립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점검하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위주로 수주하도록 해 내실 경영에 힘썼다. 이에 지난해 3분기 현대로템의 부채비율은 208%를 기록했다. 경영상황이 악화됐던 2019년 부채비율은 363%를 기록했는데 이 사장 취임 후 부채비율이 156%포인트(p) 감소하는 등 재무구조 정상화가 이뤄졌다.

특히 2019년 말 1조4820억원에 달했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69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사장 취임 후 총차입금 규모는 약 8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현대로템의 연간 이자비용은 약 3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9년 연간 이자비용으로 500억원을 지출했는데 금리 상승기에도 차입금 규모를 꾸준히 줄인 결과 이자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 수익성에 기여했다. 이 사장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경영상황과 부채가 덩달아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진 모양새다.

고객 만족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추구한 내실 경영은 시장의 신뢰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는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일제히 상향했다.

이 사장은 올해 완벽한 품질확보와 미래 기술 상용화를 통한 ‘뉴 로템 4.0 시대’로의 전환 가속화를 경영 방침으로 삼았다. 주력 사업의 경쟁우위를 강화하고 미래·글로벌 시장에 대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방침은 현대로템이 주력하고 있는 전 사업군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현대로템은 30년간 약 2조7000억원을 들여 세계에서 4번째로 국산화 기술 개발에 성공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의 해외 수출을 성사시키고, 준고속차량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고속철도차량 EMU-320, 수소전기트램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동차 부문에 이어 국산 고속철도차량의 사상 첫 해외 수출까지 성사시켜 수출 거점을 늘려나가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철도차량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가감속이 뛰어난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은 글로벌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 사장은 2022년 사상 첫 완성품 수출에 성공한 K2 전차의 수출에도 경영 방침인 ‘신뢰’와 ‘납기’를 바탕으로 전사적 역량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총 28대가 폴란드에 인도된 K2 전차는 방산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조기 출고로 현지 호평을 이끌어냈다.

조기 출고의 배경에는 정부와 군의 선제적인 수출 협조를 기반으로 내부적인 공장 인력 재배치와 연장 근무 등 공정 전 부문에 대한 효율 최적화가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로템은 올해 56대의 K2 전차를 폴란드에 납품할 계획이다.

K2 전차의 안정적인 현지 인도는 다른 방산 제품 수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보병 수송에 특화된 차륜형장갑차는 기존 천막형 지휘소의 단점을 보완한 차륜형지휘소차량과 차륜형의무후송차량 등 여러 형태로 계열화해 국내외의 군 수요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미래 전장에 대비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각종 첨단 기술을 접목한 다목적 무인차량 등 무인체계 기술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이 사장은 수소‧스마트물류 인프라 구축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플랜트 부문에서도 새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수소는 현대로템이 국책사업으로 연구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 등 미래형 차세대 철도차량과 방산 품목에도 접목시킬 고효율 에너지로 낙점된 핵심 연료로 사업 전 분야에 걸친 시너지(상승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국산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영업 운영을 강점으로 내세운 수소추출기 설비와 첨단 산업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무인운반차(AGV) 등은 향후 친환경 스마트 물류‧유통 전반에서 중심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독자 개발한 고속철도차량의 첫 수출 성공을 통해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철도차량 중심에서 철도시스템과 운영, 유지보수 사업 중심으로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펜스솔루션 사업은 지속적인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수출 거점을 확대하고, 에코플랜트 사업은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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