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포털, 게임 등 업계 AI 활용 '봇물'
[데일리한국 장정우 기자] # 손님이 몰린 식당에 업주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때 걸려온 전화, 업주는 신경 쓰지 않고 음식 준비에 열중한다. 전화는 AI가 응대하기 때문이다. 식당의 영업시간과 장소 안내를 하고 예약 메모까지 문제가 없다. AI가 한 일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된다. 업주는 한숨 돌린 틈에 AI가 기록한 예약 일정을 확인한다.
# 갑작스럽게 걸려온 외국인의 전화에 스마트폰 앱을 켠다. ‘잠시만요, 지금부터 통역을 위해 통화 내용이 번역기로 전달됩니다’라는 음성과 함께 한국어로 말해도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외국어로 실시간 통역된다.
# 통신사 상담센터에서 지난해 고객 데이터 분석을 위해 상담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상품 문의’를 키워드로 검색하니 그동안의 상담 내용이 녹취와 함께 텍스트로 나타난다.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상담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요약문으로 보여준다.
KT 'AI통화비서'ㆍSKT '에이닷'ㆍLGU+ 'VOC랩'
국내 통신사의 AI 서비스가 일상 생활에 적용되면 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KT의 ‘AI통화비서’ 서비스를 사용하면 AI가 손님을 응대하고 중요한 메모는 문자로 발송한다. AI 인사말 기능까지 제공해 이용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음성으로 변환해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2일에는 ‘AI링고전화’ 패키지를 출시해 문의 전화부터 가게 홍보, 고객관리 서비스를 통합해 소상공인의 사업에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의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은 통화 요약 기능과 함께 실시간 통역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통화 관련 서비스 외에도 음악과 수면 관리 등 일상 생활을 보조해준다.
SK텔레콤은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도 AI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지난 17일 반려동물 업체 ‘베톨로지’와의 업무협약을 맺고 반려동물 질병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를 미국에 선보이기로 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4일 공개한 상담센터 검색 시스템 ‘VOC 랩’은 AI를 활용한 상담내용 분석·처리 기능으로 고객 수요와 개선 요청 등의 피드백을 파악하고 상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LG유플러스는 올해 상반기에 통신 맞춤 생성형 AI ‘익시젠’(ixi-GEN) 서비스를 통해 AI 상품 라인업을 확보할 계획이다.
검색창에 ‘○○동 파스타 맛집 찾아줘’이라고 검색하면 AI가 ‘매콤 토마토소스 스파게티가 맛있는 식당', '유럽의 골목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의 식당' 등을 추천하며 영업 시간과 리뷰 수까지 보여준다. 지도와 함께 인터넷 예약 가능 여부도 제공한다.
카카오브레인, 텍스트와 이미지 변환
네이버, 대화하듯 검색
카카오톡 프로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필름 카메라로 찍은 레트로 사진이 마음에 들어 바꿔보려 한다. ‘칼로 AI 프로필’ 채널을 구독하니 ‘첫사랑의 추억이 담긴 필카’ 프로필이 눈에 띈다. 사진을 몇 개 업로드하자 레트로 감성 넘치는 AI 프로필이 손쉽게 완성된다.
카카오브레인은 초거대 AI 이미지 생성 모델인 ‘칼로’를 기반으로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이미지를 인식해 텍스트로 답하는 멀티모달 언어모델(MLLM, Multimodal Large Language Model) ‘허니비’의 오픈소스를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모두 활용하는 기술로 이미지에 담긴 장면을 묘사하거나 텍스트가 혼합된 이미지와 관련된 질문까지 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브레인은 관련 기술이 교육 및 학습 보조 도구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네이버의 AI 검색 서비스 ‘큐:’(CUE:)를 이용하면 대화하듯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동도 가능하다. 추가 검색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추천 검색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 24일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광고 상품 ‘클로바 포 AD’의 테스트를 시작해 광고 영역에도 AI 활용을 시작했다. 특정 브랜드를 검색하면 ‘브랜드챗’을 통해 제품의 상세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상품 추천 및 구매까지 이어지게 된다.
AI 아나운서, '시우'와 채팅 등
게임 개발도 AI로
게임 업계도 활발하게 AI를 활용하는 분야다. 넥슨의 슈팅 게임 ‘더 파이널스’는 게임 상황을 설명해주는 아나운서 역할을 AI 성우로 대체했다. 상황에 맞는 멘트로 게임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의 팀이 경쟁에서 뒤처졌다며 응원하고, 최고 점수를 달성하면 축하해주는 식이다. 넥슨은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조직 ‘인텔리전스랩스’를 통해 생성형 AI 연구도 진행 중이다.
넷마블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의 1주년을 맞아 다음달 14일까지 ‘페르소나AI’ 기술을 적용한 챗봇 ‘챗 시우’를 운영한다. 메이브의 리더 ‘시우’와 채팅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어 이용자의 이름을 불러주고 "1주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등 소감을 말한다. 시우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일본어·인도네시아어 등 4개 국어로 팬들과 대화를 이어간다. 이 회사는 이번 이벤트의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서비스 개선 및 다른 멤버로의 확장까지 기획 중이다.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AI 언어모델 ‘바르코’(VARCO)를 활용한 서비스 ‘바르코 스튜디오’를 사용하면 이미지·텍스트·’디지털 휴먼’ 등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AI로 생성할 수 있다. AI 도구를 사용해 미리 작성해둔 캐릭터 설정을 불러오고 대화 상황을 설정하면 대화문이 화면에 뜬다. 원하는 아티스트와 배경·색감을 선택해 이미지를 생성하면 상황에 맞는 삽화까지 완성되는 방식이다. 현재 바르코 스튜디오는 엔씨소프트 사내에서 사용 중이며 상반기 외부 론칭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스마트카 플랫폼 기업 ‘오비고’와의 업무 협약으로 바르코 기반 차량용 AI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도 나섰다.
또 인텔리전스랩스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게임과 1대1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 AI 윤리에도 주목해 생성형 AI 기술에 따른 AI 윤리 정책 수집에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