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차기 사장 후보 숏리스트 확정...정영채 대표 사의 표명
10대 증권사 대표 '3명 연임'...피바람에 올해 경쟁 심화 예상
[데일리한국 장은진·김영문 기자] 최근 10대 증권사를 중심으로 CEO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중 7개사의 수장이 교체됐거나 변경될 예정이다. 새 CEO들의 경우 대체로 기업영업과 자산운용 부문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로, 향후 증권사간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가 지난 5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사임을 표했다. 여기에 맞춰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이날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차기 사장 후보 숏리스트를 발표했다.
현재 3명의 후보 중 2명이 증권사 업무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윤병운 부사장은 정영채 대표와 같이 IB(기업투자) 전문가이다. 또한 내부승진이라는 점에서 정영채 대표의 공백을 빠르게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재훈 전 부사장은 삼성증권에서 채널영업부문장·자산관리본부장·리테일부문장 등을 역임한 증권 전문가다. 최근 삼성증권 출신 부동산 관련 인력들이 대거 NH투자증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며, 세간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유찬형 전 부회장은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마케팅부장을 거쳐 기획조정본부장, 농협자산관리회사 대표 등을 역임했다. 또한 유 후보의 경우 다른 후보들과 달리 농협중앙회 사정을 잘 안다는 것이 장점이다.
NH투자증권의 차기 사장 최종 후보는 오는 11일 열릴 임시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올해 10대 증권사들의 CEO 교체가 마무리된다.
◇ 7개 증권사 CEO 교체…자산운용·영업 경험 풍부한 인물로 교체
NH투자증권뿐 아니라 많은 증권사들이 CEO를 교체했다. 톱10 증권사(미래·한투·NH·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키움·대신) 중 7개 증권사들이 수장을 바꿨다.
새 CEO들은 대체로 기업운영과 자산운용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췄다. 또한 오래 전부터 자기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김미섭 부회장과 허선호 부회장이 각자대표로 선임됐다. 김미섭 대표는 과거 자산운용 시절부터 해외법인 대표를 맡아 회사의 글로벌 사업을 책임져왔다. 허선호 대표는 자산관리 전문가이다. 이들은 과거 최현만 전 회장과 이만열 전 대표 체제처럼, 허선호 부회장이 국내를 맡고, 김미섭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을 책임을 맡는다.
한국투자증권 김성환 대표의 경우 오래 전부터 ‘1세대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문가’로 알려져 왔다. 또한 IB, 리테일 등 증권사 전반의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새 대표로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을 선임했다. 박 대표는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장 출신이며, 자산운용부문장을 역임했다.
KB증권의 경우 자산관리 부문을 책임졌던 박정림 대표의 후임으로 이홍구 대표가 선임됐다. 이 대표는 박 전 대표 시절 WM영업총괄본부장을 맡아오며, 해당 분야의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들이 CEO들을 교체한 데는 최근 침체된 주식 시장과 관계가 깊다. 지난해 10대 증권사의 순이익은 3조4259억원으로, 전년(4조264억원) 대비 17% 줄었다. 따라서 이러한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증권 업무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로 새 수장을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화전기’ 사태와 ‘CFD' 사태로 큰 곤혹을 치른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의 경우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장원재 대표와 엄주성 대표를 새 CEO로 맞았다. 향후 회사의 리스크 관리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인 것으로 추측된다.
◇ 대신 ‘종투사’ 진출 앞두고 체제 유지…신한 실적 인정받아 ‘연임’ 성공
다른 증권사과 달리 대신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CEO 교체 없이 현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29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오익근 대표이사를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3연임이 결정된다.
이처럼 오 대표가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대신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전환을 앞두고 있어서다. 그간 오 대표는 종투사 인가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대신에프앤아이, 대신자산운용, 대신프라이빗에쿼티 등 자회사들로부터 4800억원에 달하는 중간배당을 진행해 자기자본을 2조6000억원까지 늘렸다. 본사 사옥 매각도 추진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속도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중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이 3조원이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내 대신증권도 종투사 전환을 통해 한단계 더 성장할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경우도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신한투자증권의 위상 회복과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라며 김상태 대표의 연임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김상태 대표 취임 이후 채권자본시장(DCM) 주관 실적이 6조원에서 11조원으로 크게 확대되는 등 IB 분야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신한금융지주는 이와 같은 성과를 반영해 기존 연임시 1년씩 임기를 부여하던 관례를 깨고 김상태 대표의 임기를 2년으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