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직격탄 현대운용은 '인공지능 ETF' 진출
이지스운용은 업황 악화 견디고 있지만 매각이슈 돌출
패스트파이브는 아예 1년여만에 부동산전문 운용사 매각

여의도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역대급 저금리로 호황을 누렸던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이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그동안의 실적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까지 진출한 운용사가 있는 반면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사업을 포기하고 아예 매각한 곳까지 생겼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운용사를 제외한 부동산펀드 순자산 총액 기준 상위 10개 운용사의 2023년 순이익은 약 12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약 2386억원) 대비 46.2% 감소한 수치로 절반가량 쪼그라들은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의 실적 부진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해외 부동산 펀드가 줄줄이 만기 연장되고 개발이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주선 사업까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대다수 운용사들이 펀드 운용보수를 통해 고정비를 충당하고 에쿼티 투자로 추가 수익창출을 노리는데 최근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개발수익은 고사하고 펀드 운용보수마저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막다른 상황에 처하자 업체들은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저마다 살길 모색에 나섰다.

부동산 전문 운용사 중 사업 확장을 택한 곳은 대표적으로 현대자산운용이다. 현대자산운용은 부동산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운용사임에도 지난 12월 생성형 AI(인공지능) 강소기업에 투자하는 ETF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부동산과 달리 국내 ETF시장은 공모펀드 시장의 위축으로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다. 시장 성장세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ETF 순자산총액이 올해 130조원으로 커졌을 뿐만 아니라 연내 200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변화를 택한 현대자산운용과 달리 빠르게 사업철수를 선택한 기업도 있다. 공유 오피스 업체 패스트파이브는 지난달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페어필드자산운용을 블랙우드에 매각했다. 블랙우드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개발, 운영하는 업체다.

패스트파이브는 2022년 11월 페어필드운용을 인수하며 부동산 자산운용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공유 오피스 사업과 함께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었다. 문제는 페어필드운용을 인수하자마자 부동산금융시장의  PF 부실이 현실화되며 1년 4개월 만에 사업철수를 단행한 것이다.

빠르게 선택을 마친 이들과 달리 대다수 운용사들은 현재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들 운용사들은 업황 악화를 버티며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곳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매물로 대두된 1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이지스운용이다.

이지스운용은 2022년 영업이익 1782억원에서 지난해 550억원으로 69% 줄었다. 회사 안정에 집중한 뒤 추후 매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의 사내 메일을 보낸 것도 실적 악화로 당분간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대주주인 손화자 씨와 자녀들은 여전히 매각을 원하고 있어 가격 눈높이만 맞으면 깜짝 매각을 합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마스턴투자운용도 투자 유치가 열려 있는 등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업체의 경우 매물로 내놓더라도 실제 거래가 될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운용업 진출을 원하는 전략적 투자자(SI) 등장이 관건이다. 부동산 업황이 나빠지기 시작한 시점엔 여러 SI들이 부동산 운용업에 뛰어들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예상보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자 SI 등장도 주춤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연내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고 해외 부동산 자산 가격도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이 이어짐에 따라 작년보다 상황이 낫다”면서도 “금리가 코로나19 사태 시기처럼 급격히 낮아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과 운용사 실적의 급반등을 기대하기는 솔직히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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