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점포 인수해 장사한다면..."세입자, 권리금 내줘야"
[데일리한국 김택수 기자] "이번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권리금을 회수할 계획입니다. 걱정되는 부분은 건물주가 스스로 신규 세입자를 데려와 제게 소개했다는 겁니다. 황당한 마음이 크지만 권리금 회수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신규 세입자 주선을 기존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가 직접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혼란을 겪는 세입자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건물주의 이러한 행동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일 부동산전문 법률채널 '법도TV'에 따르면 "상가 임대차에서 세입자가 권리금 회수를 하려면 신규 세입자를 직접 구해 건물주에게 주선해야 한다"며 "반면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가 마음대로 신규 세입자를 구한다면 기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건물주가 구한 신규 세입자라도 기존 세입자는 권리금 거래를 요구할 법적 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권리금은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위치(바닥)에 따른 이점 등을 기준으로 비롯된 금전적 가치를 의미한다.
세입자의 신규 세입자 주선은 법으로 정해진 강력한 권리다. 세입자가 직접 신규 세입자를 구해야만 동종업계 종사자를 구할 수 있고 그래야만 권리금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입자의 권리를 무시한 채 건물주가 마음대로 신규 세입자를 구해버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상 위법에 해당할 수 있다.
상임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는 '중대한 사유 없이 임대인(건물주)은 임차인(세입자)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 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는 세입자의 권리금회수 방해라고 규정한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건물주 마음대로 혹은 자신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신규 세입자를 내세우는 건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따라서 이 경우 세입자가 건물주의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물주의 신규 세입자 주선이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임법상 건물주가 선택한 신규 세입자와 관련된 규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상임법 제10조의4 제2항 제3호에는 '임대인(건물주)이 선택한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 권리금 보호 위반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건물주가 마음대로 신규 세입자를 주선했거나 주선한 사람이 동종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권리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존 세입자에게 주거나 보상했다면 문제가 없다"며 "세입자는 건물주가 마음대로 신규 세입자를 구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권리금 회수에 관한 주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입자가 운영하는 점포에 장사가 잘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건물주가 본인이 직접 인수해 장사하려는 경우에는 기존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내줘야 한다.
엄 변호사는 "단순하게 본다면 건물주는 본인 소유의 건물이니 기존 세입자와 권리금 거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하지만 이 경우에도 세입자가 운영해 오던 시설과 상권을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건물주라도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점포를 인수한 건물주가 추후 또 다른 신규 세입자에게 점포를 임차해 줄 때는 건물주도 권리금 거래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