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여기어때 매각 진행 중
中 여행플랫폼 플리기 사업 확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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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안세진 기자] 국내 여행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행사 하나투어와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 등의 매각에 이어 중국 여행플랫폼의 사업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투자은행(IB)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최대주주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하나투어 지분(16.68%)을 매각하기 위해 매각 주관사를 선정에 들어갔다. 

매각 규모는 지분 27.78%, 2000억~3000억원 사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대상에 창업자인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6.53%)과 권희석 부회장(4.48%)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고 있어서다.

여기어때의 최대 주주인 CVC 캐피탈은 주관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를 통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CVC 캐피탈은 2019년 9월 여기어때를 인수한 지 약 5년 만에 매물로 내놨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기업가치인 1조5000억원으로 주관사는 만간 투자안내서를 배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각 사에서는 매각 관련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사모펀드사에서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고 주관사 선정 절차 들어갈 예정이라는 IB발로 나온 소식”이라며 “아직 하나투어에서 진행 중인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도 “최근 실적도 나오고 해서 이같은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내부적으론 논의되고 있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양사의 이같은 매각 추진 배경에는 위기 대응력과 사업 경쟁력 확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여행업계에 입힌 타격은 심했다. 코로나19 이전 국내 여행업계는 2019년 1750만명의 외래객 유치, 2871만명의 여행객을 해외로 보내는 등 호황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여행사 점유율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업계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고 더불어 이들의 영향력도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큰 타격을 받았던 업계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사업 경영권 확보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언제든 제2, 3의 코로나가 올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큐텐 등 중국 저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잇따라 상륙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아직 여행업계까지 번지지는 않았지만 향후 사업 확장 가능성이 예상된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자사의 여행 서비스 제공 업체 플리기(FLIGGY)를 통해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플리기는 지난해 말 국내 호텔 예약 서비스 업체인 호텔패스와 시스템 연동을 통해 실시간 한국호텔 예약서비스를 개시했다. 400개 이상의 항공사 및 여행사와의 제휴를 통해 8000여 개 관광지, 60만 개 호텔, 수십만 개의 지역 오락활동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만 105만명이 플리기를 통해 한국 여행 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호텔스닷컴을 운영하는 미국 익스피디아 그룹도 지난 2월 한국 출범 2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한 여행 서비스를 올해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올해 한국 시장 투자를 늘리고 이를 발판삼아 오는 2025년 '원 키'를 도입할 계획이다. '원키'는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Vrbo 등 익스피디아 그룹 산하 여행 브랜드 세 곳을 통합한 로열티 프로그램이다.

사진= 각 사 제공
사진= 각 사 제공

업계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 기업의 한국 시장 확장에 대해 예의주시 하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유명 글로벌 플랫폼들이 한국에 들어온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여행 플랫폼 중 하나인 트립닷컴 역시 국내 진출해 있지만 활동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이 추구하는 자유여행 서비스 자체가 가격 경쟁 체제 하에 있는데 수익성을 놓고 보면 큰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쇼핑과 여행은 큰 차이가 있다”며 “중국 이커머스가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저렴한 가격 때문일 텐데, 과연 여행 상품도 저가형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저가형 정책을 펼치고 있는 쿠팡도 지난해 여행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업계 흐름을 예의주시하고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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