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가동률 높이고 중국 내 분위기 전환 기대하는 듯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기아가 중국 현지 전략 차종으로 준비한 EV5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글로벌 수출길에 오른다. 신흥시장으로 부상한 태국과 전기차 시장이 이제 열렸다는 평가를 받는 호주가 우선순위로 손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6월 태국과 호주를 시작으로 중국산 EV5 수출을 추진한다. 호주의 경우 판매가격이 7만호주달러(6200만원)로 예상된다. 이달 초부터 수출용 차량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제시했던 일정보다 6개월 이상 앞당기는 셈이다.
기아 EV5는 지난해 8월 ‘2023 청두 국제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된 차로, 중국서 생산·판매하는 전기 SUV다. 준중형급 크기의 SUV지만 전기차 특유의 공간 활용성을 적극 살린 것이 특징이다.
마사지 기능이 제공되는 릴랙션 시트를 비롯해 △앞으로 접었을 때 수평에 달하는 완전 평탄화 접이 시트 △센터콘솔 후방 슬라이딩 트레이 △조수석 시트 후면 테이블 등 차급 이상의 편의·안전품목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중국 판매가격은 14만9800위안(2800만원)으로 테슬라 모델Y(26만3900위안, 49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장쑤성 현지 공장서 생산하고, 저렴한 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초반 여론몰이에 비해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EV5는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1월 375대(도매 기준)로 시작해 12월 1096대, 올해 1월 763대, 2월 165대 등에 그쳤다. 연간 30만대 이상 판매되는 모델Y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다. 소매 판매와 격차도 커 재고 적체 문제도 제기된다.
당초 기아는 EV5를 중국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뒤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지역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5는 2024년 중국 출시 후 2025년 상반기 한국을 포함한 중국외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향 EV5는 국내서 생산·판매하고, 그 외 지역은 중국산으로 대응할 방침이었다. 호주 및 태국 수출분 역시 중국산이다. 당초 계획보다 수출 시점을 앞당겨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한편 중국 내 분위기 개선도 회사측은 기대한다.
EV5 중국 생산 모델은 88㎾h 용량의 LFP 배터리(롱레인지 AWD 기준)를 탑재, 중국 CLTC 기준 600㎞ 대 주행거리를 인증 받았다. 국내 판매분은 81㎾h 용량의 삼원계 배터리를 얹고, 모터 출력은 195~225㎾ 수준으로 조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