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3.50%로 동결, 금통위원 전원일치
이창용 "소비자물가 목표 확신, 긴축 이어갈 것"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3.50%로 유지했다. 이는 10회 연속 동결이다. 한은의 통화 정책 우선 목표인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한은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2%)를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연 3.50%)으로 동결했다.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해 1월 말부터 이날까지 1년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금통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원들 전부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5명은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기조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말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1명은 공급 측 요인의 불확실성에도 기조적인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다"고 부연했다.
한은의 10회 연속 동결은 물가 안정·가계부채·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경제성장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이날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에 이르고, 농산물 가격뿐 아니라 국제 유가까지 들썩이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금리를 내리면 자칫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국내 물가는 3월중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이 2.4%로 낮아졌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가격 및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전월과 같은 3.1%를 유지했다"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은 3.2%로 상승했다. 앞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말에는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및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2·3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잇따라 전월보다 뒷걸음쳤지만, 경제 규모(GDP)에 비해 여전히 많은 가계부채나 부동산 쏠림 등 금융 불균형 문제도 한은이 조기 금리 인하를 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4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빚)의 비율은 100.6%로, 아직 경제 규모보다 가계 빚이 더 많은 상태다.
물가와 가계부채를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수 없다. 금리 부담이 커지면 부동산 PF 부실 우려감이 커지고 소비도 위축돼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2.1%) 달성이 어려워진다.
미국(5.25∼5.50%)과의 역대 최대 금리 격차(2.0%p)를 고려할 때,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울퉁불퉁한(bumpy)' 물가를 걱정하며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데 한은이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 등을 감수하고 굳이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낮출 이유도 없다.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계속 늦춰지는 점도 한은의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비)이 3.5%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 밑으로 떨어졌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며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다"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