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군사 충돌, 환율·유가·채권 흔들
국제유가 급등→물가상승, 금리 인하 기대↓
[데일리한국 손희연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 간 분쟁이 일면서 금융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환율, 채권금리, 국제 유가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변동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고, 한국은행은 변동성 확대 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연내 금리 인하 기대 심리도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를 섣불리 시행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금융시장은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으로 환율, 채권가격, 유가 등이 요동쳤다.
이날 기준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에 1380원대로 급등했다. 1384원은 장중 고점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8일(1394.6원) 이후 약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6원 오른 1384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중동 위기 고조로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가 치솟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소식에 달러인덱스가 106선을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국제유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6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에 마감했다. 브랜트유가 장중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채권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국채 3년물 금리는 연 5.37%로 전일(5.38%)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10년물도 연 4.59%에서 연 4.52%로 내려왔다. 중동발 리스크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동발 리스크로 인한 금융시장 위기 우려감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한은은 이란-이스라엘 군사적 충돌의 진행 상황과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시장불안이 발생했을 경우 이미 가동 중인 94조원 규모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하고 관계 부처와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추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연내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다. 한은 통화정책 제1목표가 물가 안정인데, 중동발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가능성이 크다. 이어 3차 오일쇼크 우려감도 생기고 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초부터 지속된 국제 유가 상승세와 국내 농산물 가격 급등에 다시 3%대로 높아졌다"며 "물가 목표로 가는 길이 울퉁불퉁할 것을 어느 정도 예견했으나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국제 유가 추가 상방 리스크와 높아진 헤드라인 상승률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반등은 통화정책 전환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헤드라인 전망 경로가 크게 수정될 경우 당초 전망하던 7월 인하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헤드라인 상승률이 한두 달 정도 한은 예상 방향으로 추이할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상반기 마지막 금통위인 5월 인하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수렴했다는 판단이다"며 "다만 국제 유가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농산물 가격 안정이 4~5월 물가 지표에서 확인만 된다면 7월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