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포스, 삼성전자 올해 HBM 점유율 전망치 하항 조정
SK하이닉스는 점유율 52.5% 예상, 닛케이 "삼성 위기 느껴"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의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경쟁사가 시장을 선점하면서 인공지능(AI)용 반도체 특수에서 한 발 떨어져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올해 HBM 점유율을 42.5%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달 기준 추정치인 올해 점유율 47~49%에서 크게 하향 조정된 것이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점유율 추정치는 52.5%로 상향 조정됐다. 앞서 트렌드포스는 이 회사의 올해 점유율을 삼성전자와 같은 47~49%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HBM 점유율은 지난해 대비 하락하고, SK하이닉스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의 경우 SK하이닉스 HBM 점유율을 47.5%로 분석하고 삼성전자도 이와 같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조차도 업계에선 트렌드포스가 추정한 양사의 지난해 HBM 점유율을 두고 실제와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한만큼 양사의 점유율이 비슷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HBM 점유율을 60% 이상, 삼성전자는 30% 중반대로 보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올해 HBM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반기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으로 만회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삼성전자는 HBM3E 이전 세대 제품인 HBM3를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다시 공급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HBM 사업과 관련해 다시 우려의 시선을 받는 데에는 '삼성의 기술 혁신이 이전만 못하다'는 심리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덩치가 커지면서 반도체 부문에서 의사결정이 느려진 점이 HBM 실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매체 닛케이아시아도 삼성전자의 리더십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를 지난 14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리스크를 피하려는 고위 경영진의 태도와 함께 짧은 시간 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결과적으로 HBM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든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삼성전자는 1992년 일본의 도시바를 추월한 후 30년 이상 세계 D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해왔다"며 "이후 삼성은 D램에서 어떤 경쟁사도 우위를 차지하도록 허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AI 붐에 대한 오판은 삼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메모리 업계 챔피언은 이제 위기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트렌드포스는 미국 마이크론의 올해 HBM 점유율이 5.1%로 지난해 5.0%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와 달리 올해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10%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